대전시내 스카이라인(Sky-Line)이 하나둘씩 무너져가고 있다.
시내를 감싸고 있는 산 주변에 고층 주상복합건물이 허가되고 최근에는 공원 주변에 지정해 놓은 건축물의 최고 고도가 완화될 조짐이다.
대전시는 중구 보문산공원과 서구 월평공원 주변 270만 평의 최고 고도(最高高度)지구를 부분적으로 완화할 방침이라고 13일 밝혔다.
재건축이 불가피한 공원 주변의 불량 노후 공동주택에 한해 경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완화한다는 것.
이 일대는 1993년부터 3차례에 걸쳐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의해 통상 8층 이상의 건축행위를 제한해 왔다.
시 관계자는 “중구 석교동 보문산 밑 아파트는 지은 지 20년 이상이 됐기 때문에 새로 지으려면 고층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공원의 조망권이 침해되고 경관이 훼손될지 모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개발압력이 거세지는 서구 월평공원 주변의 난개발도 부추길 우려가 있다.
대전충남녹색연합 박정현 사무처장은 “보문산 공원과 불과 1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중구 부사동 옛 대전일보 자리에 40여 층 주상복합건물이 허가되면서 사실상 대전시의 스카이라인은 무용지물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유성구 도룡동에 지어질 34∼39층의 스마트시티 아파트도 인근 산 조망을 해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목원대 최봉문(崔鳳文·43·도시공학부) 교수는 “경관 보존을 위한 최고 고도지구의 원칙이 하나 둘 씩 흔들려선 안 되며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