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 선반에서 빈 병이 우르르 떨어졌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겼다. 다른 병은 다 산산조각 났는데 유독 하나는 원래 모양 그대로였다. 거미줄처럼 금은 갔지만 병의 형태는 온전했다. 과학자의 호기심이 발동했다. 원인이 무엇일까. 그것은 병 안에 들어있던 콜로디온이라는 약품 때문이었다. 이 물질이 증발하면서 병 내부에 필름 같은 얇은 막이 형성됐고 그 덕분에 병 조각이 흩어지지 않은 것이다. 1904년 프랑스에서 있었던 일이다.
▷오늘날의 ‘안전유리’는 이렇게 해서 태어났다. 자동차 앞 유리는 두 장의 판유리 사이에 합성수지 필름을 넣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샌드위치 구조인 셈이다. 외부 충격으로 유리가 깨져도 파편이 필름에 그대로 붙어 있어 운전자가 유리조각에 다치는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안전유리가 소리까지 흡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앞 유리에 쌀알만 한 돌이 튀어도 그 충격파에 놀라 핸들을 놓치고, 결국 대형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짐을 가득 싣고 달리는 덤프트럭 앞 유리에 쇠구슬을 날리는 것은 살인행위와 다름없다. 트럭 한 대가 문제가 아니라 연쇄 교통사고로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거나 다칠 수 있다.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일이 지난 주말 경기도 일대에서 벌어졌다. 몇몇 덤프트럭 운전사들이 동료의 트럭에 새총을 쏜 모양이다. 새총 공격을 받은 운전사들은 “덤프연대 파업에 동참하지 않아 보복성 공격을 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건설운송노조 덤프연대는 기름값 보조, 다단계 하도급 구조 철폐, 과적(過積)단속 개선 등을 요구하며 13일부터 총파업을 벌이고 있다. 화물연대도 파업 찬반(贊反)투표를 진행 중이다. 물론 노조는 파업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동료에 대한 보복’이라는 반(反)인륜적 수단은 노조의 존재를 스스로 부정하는 일이다. 민주노총은 ‘새총 공격’으로까지 번진 강경투쟁 지침을 당장 철회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잇따른 내부 비리로 만신창이가 된 터에 ‘새총 쏘는 노조’란 소리까지 나와서야 되겠는가.
송대근 논설위원 dk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