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없는데 사회안전망도 확충해야 하고 저출산 대책도 세워야 하고….” 정부가 출산장려세(가칭) 도입을 검토하는 것은 세수는 부족한데 저출산 대책 등 복지 관련 예산은 갈수록 늘어나기 때문이다.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는 정부 지출을 줄여 부족분을 메우려고 하지만 복지를 책임지는 부처들은 더 많은 예산을 요구하고 있다.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는 이런 사정을 감안해 출산장려세 도입의 검토를 지시했다.》
● 8조 원이 부족하다
본보가 입수한 ‘저출산·사회안전망 개혁 방안 소요예산 확정 및 재원확보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예산처는 각 부처 및 지방의 사회안전망 확충과 저출산 대책에 내년부터 2009년까지 추가로 23조2000억 원이 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65%인 15조1000억 원만 확보 방안이 마련됐을 뿐 나머지 35%(8조1000억 원)는 구체적 재원 마련 계획이 없는 상태.
특히 중앙정부 예산(13조9000억 원) 가운데 4조3000억 원은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반영되지 않았다.
내년 중앙정부 복지예산 54조7000억 원 중에는 사회안전망 확충 및 저출산 대책과 관련한 예산 1조9000억 원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총 추가 소요액 2조6000억 원 가운데 7000억 원은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
사회안전망 및 저출산 대책과 관련한 중앙정부 예산 부족분은 △2007년 1조2000억 원 △2008년 1조3000억 원 △2009년 1조1000억 원 등이다.
● 재원 어떻게 조달하나
재경부는 추가 재정 소요분은 중기 재정계획의 틀 안에서 세출을 조정해 충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내년부터 4년간 정부가 쓰기로 돼 있는 총지출액의 0.5%를 구조조정하면 5조 원을 조달할 수 있다는 것.
비(非)과세나 세 감면 대상을 줄여 세원(稅源)을 늘리는 방법도 있다. 재경부는 법인세와 소득세 세율 인상, 국채 추가 발행, 저출산 목적세 신설 등도 검토 대상이라고 봤지만 부작용이 큰 만큼 실제 시행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특히 교통세 수출세 주세 등 한국의 각종 목적세 비율이 이미 총 국세의 13.3%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상황이어서 또 다른 목적세를 만드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이에 따라 정부도 목적세 도입을 확정하지는 못하고 있다.
● 전문가 “목적세는 마지막 수단”
전문가들은 정부 지출을 줄일 여지가 있는데도 저출산 목적세를 도입하면 경기만 위축된다고 지적했다. 한양대 나성린(羅城麟·경제학) 교수는 “시급하지 않은 국책사업을 정리하고 탈루 소득을 찾아내는 것만으로도 수조 원의 예산을 절약할 수 있다”며 “재원 확보를 위한 세목 신설은 정부가 마지막으로 선택해야 할 카드”라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