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시에 사는 최은정 씨는 얼마 전 29개월 된 둘째 딸 소담이에게 한글 학습지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소담이가 49개월 된 언니 소운이가 공부하는 것을 어깨 너머로 지켜보다 자기도 학습지를 하겠다고 떼를 쓰며 졸랐기 때문이다. 최 씨는 “처음에는 소담이가 너무 어려 한참 망설였지만 글자에 관심을 갖고 있는 소담이가 즐겁게 한글 학습에 적응해 기뻤다”고 말했다. 웅진문화연구소 홍영희 연구원은 “아이는 스펀지에 물이 스미듯이 언어를 습득할 수 있는 능력을 타고나며 한글 교육을 하는 최적의 시기는 아이가 학습을 하고자 할 때”라며 “연령에 따라 요구되는 학습 분야도 조금씩 다르므로 연령에 따른 학습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1살 - 음메… 꼬꼬꼬… 그림책 보면서 동물소리 흉내▽
아이가 12개월이 지나면 보통 ‘엄마’ ‘아빠’ 이외에 2, 3개의 단어를 말할 수 있다. 이 때 사용하는 ‘지지’ ‘꼬꼬’ 등과 같은 단어는 대체로 사물을 지칭하거나 기분을 표현하고 요구를 나타내는 것으로 발음이 단순하고 반복된다. 이 시기에 습득하는 단어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그림책에 나오는 동물의 소리를 말로 표현해 주면 아이가 재미있어 하고 발성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언어능력은 단순히 말을 잘하거나 아무 말이나 많이 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다. 상황에 맞는 언어를 사용하여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의사를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언어는 음성언어인 듣기와 말하기, 문자언어인 읽기와 쓰기의 네 영역으로 나뉜다. 많은 사람이 듣기와 말하기는 특별한 교육이 없이도 아이가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읽기와 쓰기에 대해서만 체계적인 지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의 언어발달 단계에 따라 적절한 자극과 교육을 한다면 언어능력을 효과적으로 증진시킬 수 있다.
▽2살 - 냉장고 피아노 물건 만져보며 이름 알려줘요▽
18개월이 지나 만 2세가 되면 어휘 수가 급격히 증가하며 ‘싫어’ ‘맛있다’ ‘예쁘다’ 등의 형용사를 사용하기 시작한다. 이 시기에는 ‘엄마 맘마’, ‘엄마 쉬’와 같이 조사가 빠져 있고 명사와 동사만을 결합한 문장을 구사한다.
또 언어 이해력이 생겨 주변의 물건 이름을 가르쳐 주면 기억하고 심부름을 시켜도 잘 알아듣는다. 이 때는 그림책 속의 이름을 말해줌으로써 기억력과 어휘력을 키워 준다. 또 아이의 활동 반경이 넓어지면서 사물에 대한 왕성한 호기심을 보이는 시기이므로 다양한 이름의 사물을 직접 보고 만지게 해 사물에 대한 풍부한 느낌을 갖도록 한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사물에 고유한 이름이 있고 그 사물마다 각각의 다른 느낌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3살 -“밥먹고 뭐할까” 개방형 질문이 표현력 키우죠▽
이 시기에 아이는 사용하는 어휘 수가 급격히 늘고, 말하기 능력도 발달한다. 만 2세에 200∼300단어를 사용하던 아이는 3세가 지나면서 1000단어 이상으로 늘어난다고 한다. 스스로 문장을 만들기도 하고 어른의 말을 따라하기도 한다. 시간 개념이 생기면서 과거형 문장을 사용할 수 있으며, 상대에 따라 존댓말을 하기도 한다.
이 시기에는 아이의 표현력을 촉진시킬 수 있도록 ‘예’, ‘아니요’ 식의 대답보다는 자유롭게 응답할 수 있는 개방식 질문을 해주는 게 좋다. 예를 들어 ‘그래서 곰돌이가 어떻게 했어?’ ‘우리 아침 먹고 뭐 할까?’ 식으로 길게 답할 수 있는 질문을 해 주어야 한다.
또 상대에 따라 존대어를 사용하는 습관을 지도해야 한다. 이 시기에 아이는 사물에 대한 느낌이 풍부해지고 사물마다 고유의 이름과 이를 나타내는 문자가 있음을 알게 된다. 따라서 아이가 자연스럽게 문자와 친해지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가 글자를 깨치는 첫 번째 단계는 글자와 친해지는 것이다.
도움말=웅진문화연구소홍성철 기자 sungchul@donga.com
▼초등생 학부모 68% “5, 6세가 한글교육 적기”▼
한글 교육은 언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 많은 학부모가 자녀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시기가 너무 이르거나 또는 늦은 것이 아닌지 걱정한다.
웅진문화연구소가 5월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1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아이에게 한글을 가르치기에 가장 적당한 시기로 5∼6세를 꼽은 학부모가 68%로 가장 많았다. 3∼4세라고 응답한 학부모도 26%나 됐다.
한글을 배우기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방법으로는 71%가 ‘교사나 학습지 방문교사 등 전문가의 교육’을 가장 신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부모들이 한글을 가르치는 선생님에게 가장 바라는 점은 ‘아이들에게 논리적으로 말하는 능력을 키워 주는 것’(42%)을 꼽았다. 또 교재를 선택할 때에는 아이의 연령별 발달 단계에 따른 적절한 교육 프로그램인가를 중요하게 여긴다(71%)고 응답하였다.
또 자녀의 한글 교재를 선택할 때 ‘또래 자녀를 둔 학부모’(36%)나 ‘선생님’(34%)의 의견을 중요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웅진씽크빅 김정란 연구원은 “유아들에게 부담스러운 내용으로 한글 교육을 시키기보다 자연스럽고 재미있게 놀면서 잠재 능력을 키울 수 있는 놀이 방법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홍성철 기자 sung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