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에서 독서하는 학생들. 동아일보 자료사진
동아일보가 올해 창간 85주년을 맞아 펼치고 있는 ‘책 읽는 대한민국’ 기획의 하나로 19일부터 ‘열아홉 살의 필독서 50권’ 시리즈를 시작한다. ‘서울대 권장 도서 100권’(4월 1일∼7월 29일 연재), ‘21세기 신고전 50권’(8월 8일∼10월 12일)에 이은 세 번째 기획.
이번 시리즈는 청소년기에서 성인기로 이행하는 젊은 세대에 건강하고 깊은 사고와 풍성한 교양을 체득할 수 있는 양서를 추천한다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50권의 필독서는 본보 ‘책의 향기’ 팀이 각 분야 전문가와 일선 교사들의 도움을 받아 선정했다. 본보가 추천을 의뢰하면서 제시한 기준은 단 하나, 즉 “이제 곧 스무 살이 될 귀하의 자녀 또는 동생에게 ‘네 나이에 이 책을 읽지 않으면 인생에서 소중한 것 하나를 놓치는 셈’이라고 말해 줄 수 있는 그런 책”이었다.
단 가급적 최근 수년간 출간된 책에 비중을 두어 달라고 부탁했다. 누구나 익히 알고 있는 고전(古典)에 추가해 좀 더 다양하고 새로운 책의 세계로 청소년 독서의 지평을 넓혀 보자는 취지에서다.
특히 일선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전국 철학교사 모임’ 등 독서 운동을 펼치는 교사들의 모임이 100여 권(중복 추천 포함)을 추천해 줬다.
이와 별도로 대학교수, 문인 등 각계 전문가 100여명 에게서 100권을 추천 받았다. 이렇게 추천된 책들 가운데 50권을 선정했다.
물론 이번에 선정된 책들이 이 시대 청소년 필독서의 전부일 수는 없다. 다만 기존의 고전에 추가해 젊은이들이 책에 흥미를 느끼고 책과 함께 살아가는 데 중요한 자극이 되기에 충분한 책들이다. ‘열아홉 살의 필독서’ 50권이 책을 사랑하는 젊은 독자들의 독서에 작은 안내판이 되길 기대한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그대를 도와줄 모든 것이 책 속에 있다오”
책은 배신하지 않는다. 영화는 볼 때마다 주인공에 매료되고 끌리고 하면서 자꾸 나와 현실적인 관계를 비교한다. 저 여자와 만났으면, 데이트했으면 한다. 그래서 사람을 정서적으로 불안하게 하고, 욕망하게 하고, 작은 일에 분노하고 슬퍼하게 한다.
특히 청소년기의 독서는 평생의 이성(理性)과 열정을 보장해 줄 에너지의 탱크를 채우는 일이다. 어른이 되면서 겪는 아픔과 혼란을 이겨내고 인생의 좌표를 세울 수 있는 가장 믿을 만한 방법이기도 하다. 인생과 세상을 배우는 방법은 많다. 우선 보고 듣는 것이 지식과 지혜의 원천이다. 견문이 넓을수록 생각이 깊어지고 바르게 행동할 수 있다.
그런데 보고 듣는다고 해서 깨치는 것은 아니다. 사물의 이치를 탐구하려는 마음이 있어야만 견문과 체험을 마음의 양식과 생활의 지혜로 눌러 담을 수 있다.
새로 접하는 사물의 이치를 터득하려면 그 정보를 분석하여 대뇌 속에 담는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어야만 한다. 그 프로그램을 구축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지속적인 독서다. 물론 TV를 비롯한 영상물에서도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는 있지만 이는 자극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반면 독서는 책과 나의 쌍방향적인 대화이며 만남이며 스킨십이다.
책 대신 영상물, 독서 대신 레저가 자신들의 시대를 호령하고 나선 지 오래다. 영상시대의 도래가 문자시대의 종말을 재촉하고 있다는 진단도 득세하고 있다. 과연 책 없는 세상이 곧 도래할까?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지난 수천 년 동안 인류가 이룩한 찬란한 문명은 문자라는 매개체를 활용한 성과이다. 설령 인류가 변종되더라도 문자와 이성의 체계는 고스란히 전승될 것이다.
이제 스무 살의 들녘으로 나아갈 젊은이들이여, 그대를 도와줄 모든 것이 책 속에 있다오. 그대가 지치고 두려워 위로와 지혜를 얻고자 할 때 그대의 귀에 그걸 속삭여 줄 목소리는 모두 책 속에 담겨 있다오.
안경환 서울대 법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