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오 반데라스(왼쪽)와 캐서린 제타존스는 ‘마스크 오브 조로’ 이후 7년 만에 ‘레전드 오브 조로’에서 함께 연기했다. 사진 제공 소니 픽쳐스 릴리징 코리아
‘7년 만의 재회.’
‘마스크 오브 조로’에 출연한 캐서린 제타존스와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속편인 ‘레전드 오브 조로’(27일 개봉)에서 다시 커플로 만났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포시즌 호텔에서 가진 인터뷰 자리에 제타존스는 가슴이 깊게 파인 검은색 원피스를, 반데라스는 청바지에 헐렁한 스웨터를 입고 나왔다. 섹시한 두 남녀는 시종 유머 넘치는 대화로 유쾌한 자리를 만들었다.
‘레전드 오브 조로’는 조로(반데라스)와 엘레나(제타존스)가 결혼해 아홉 살짜리 아들까지 둔 상황에서 출발한다. 항상 가면 속 영웅 노릇을 하느라 가정에 소홀했던 조로는 캘리포니아가 미합중국 31번째 주가 되면 영웅 노릇을 그만두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계속 검을 잡는다. 엘레나는 조로를 떠나 프랑스 귀족인 아망드와 사귀는데 아망드는 캘리포니아의 미국 편입을 막기 위해 강력한 폭탄을 만든다.
―7년 만에 ‘조로’에 다시 출연한 소감은….
▽제타존스=‘조로’ 덕분에 많은 일이 벌어졌다. 이 영화로 내가 세계적으로 알려졌고 남편을 만나 아이 둘을 낳았다. ‘조로’는 내 인생의 새로운 시발점이었다. 그래서 출연 제의가 들어오자 바로 오케이했다. 첫 촬영 때 반데라스가 조로 옷을 입고 등장하는데 감격스러워 왈칵 눈물이 났다.
▽반데라스=다시 조로가 된 게 무척 행복하다. 전작에선 앤서니 홉킨스의 후계자로 나왔는데 이번엔 ‘안토니오의 조로’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전작과 비교하자면….
▽반데라스=전편처럼 완벽하고 거만한 느낌의 조로가 아니다. 이번엔 아내와 불화를 겪고 술에 취해 주정을 부리고 갈등에 빠지는 등 인간적 면모를 담고 있다.
▽제타존스=남편을 떠나 다른 남자와 만나면서도 남편을 잊지 못하는 역이다. 엘레나는 자기 운명을 개척하는 여자다. 대부분 작품에서 내가 맡을 배역의 성격이 약하게 그려지면 강하게 바꿔달라고 주문한다.
―영화에서 액션이 많던데….
▽반데라스=조로의 애마 ‘토네이도’로 나온 말 9마리와 일일이 호흡을 맞추느라 힘들었다. 승마를 좋아해 웬만한 장면은 대역 없이 찍었다. 큰 부상은 없었지만 손 팔 다리 등 전신에 잔 상처는 많이 입었다.
▽제타존스=몸을 조여 주는 코르셋과 페티코트 등을 입고 칼싸움하는 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칼싸움 자체는 쉽다. 춤처럼 ‘하나 둘 셋 넷’ 박자만 맞추면 된다. 연극과 영화 ‘시카고’에서 배운 안무 덕분에 춤추듯 칼싸움을 했다.
―서로에 대해 평가한다면….
▽제타존스=상투적인 표현이지만 베스트 오브 베스트다. 상냥하고 재능있고 유머스럽고 잘생기고…. 우린 미스터 조로, 미시즈 조로여서 조로 이외의 영화에서 같이 만나긴 힘들 것 같다.
▽반데라스=그녀와 만나면 항상 즐겁다.
―섹시하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반데라스=섹시하다고 의식하면 섹시함이 사라진다. 섹시한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놔둬야 생긴다고 본다. 근데 (눈을 찡긋 하며) 내가 정말 섹시한가.
―남편 마이클 더글러스와 함께 연기하고 싶은 생각은….
▽제타존스=매일 아침 함께 일어나는 사람과는 연기 감정을 나누기 어렵다. 영화를 찍는다면 아마 영화 ‘장미의 전쟁’과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서로의 연기에 대해서도 노코멘트다. 그게 편하다.
한국영화를 아느냐는 질문에 제타존스는 “I'm sorry, but do you know Wales movie?”(몰라서 미안해요, 하지만 웨일스 영화에 대해 아시나요?)
영국 웨일스 출신의 그녀가 던진 재치 있는 대답에 좌중에서 웃음이 터져 나오며 인터뷰가 끝났다.
로스앤젤레스=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