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은 20일 본보와의 회견에서 “대한민국의 헌법을 존중하는 위정자라면 대한민국의 정체성 위기에 대해 심각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아무리 통일이 우리의 염원이지만 자유와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지 않는 통일은 단호히 반대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강병기 기자
김수환(金壽煥) 추기경은 20일 천주교 조선교구 초대교구장 바르텔레미 브뤼기에르 주교 추모 행사 참가 차 내한한 프랑스 주교 및 신부들과 서울 종로구 혜화동 주교관 근처 식당에서 오찬을 함께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들을 배웅하고 주교관으로 돌아온 김 추기경은 본보 취재진을 만나 대한민국의 정체성 위기, 공직자의 말 뒤집기, 과거사 청산 문제, 천주교의 생명윤리운동 등 폭 넓은 이슈들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1시간여 동안의 인터뷰 내내 조용조용한 어조로 말했으나 대한민국의 정체성 위기에 이르러서는 가슴 속 깊이 있는 생각을 토해 내듯 어조가 단호했다.
-강정구 교수의 발언파문과 관련해 국내의 이념갈등과 혼란이 확산되고 있는 데요.
"이것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의 문제와 관련돼 있다고 봅니다. 강정구 교수가 말한 요지는 '6·25전쟁은 김일성이 일으킨 남침'이었고, '6·25전쟁 당시 미국이 참전하지 않았다면 한 달 내에 통일이 됐을 것', '그렇게 되지 못한 것이 아쉽고, 이 때문에 미국이나 맥아더가 원수다'라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강 교수가 말한 내용 중 6·25전쟁이 '남침'이었다는 말은 그쪽 진영의 사람들 입에서는 오랜만에 듣는 말인 것 같습니다. 그 언저리에 있는 사람들은 6·25전쟁에 대해 늘 북침이었다고 말해 왔지요. 소련도 북한을 따라서 북침이라고 했고요. 그런데 '6·25가 남침'이라는 말이 강정구라는 사람을 통해서 처음으로 실토됐어요. 그 말은 옳은 말입니다.
또한 강 교수 발언 중 인천상륙작전 때문에 그들의 의도가 좌절됐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아쉽다고 말하는 것은 조선인민공화국이 되지 않은 것이 아쉽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대한민국이 그 때 무너졌어야 하는데, 무너지지 않은 것이 아쉽다는 것입니다. 만일 그 때 미국이 참전하지 않고, 맥아더가 인천상륙작전을 하지 않았으면 실제로 그랬을 겁니다.
당시 저는 부산까지 피란 갔었는데 사람들은 실제 그런 위기를 느끼고 있었어요. 부산과 대구라는 아주 조그만 여백에만 대한민국이 남아 있었지요. 며칠 내에 낙동강전선이 무너지고 오도 가도 못하게 될 것 같은 위기에서 살고 있었어요. 그러다 맥아더 장군이 인천상륙작전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 함께 피난 갔던 신부님들은 모두 만세를 불렀습니다. 마치 '제2의 광복'을 맞이한 것처럼 그렇게 기뻐했지요. 그것으로 우리 대한민국이 살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그때 대한민국이 무너지지 않았던 것을 그렇게 아쉽게 생각하고 있어요. 대한민국이 조선인민공화국이 안 된 것을 아쉽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대한 위기가 아닌가요.
만일 그 때 대한민국이 무너졌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나 같은 사람은 살아남지 못했을 겁니다. 우리 신부님들도 다 죽었을 겁니다. 실제로 6.25 전에 평양에서 나와 함께 신학교에서 공부했던 대학 동창 신부 3명이 죽음을 당했고, 잘 아는 선배 신부님들도 다 죽음을 당했습니다. 6.25 전쟁 발발 후 남측으로 피란 온 이후에도 북한군의 진격에 따라 숨어 있던 동창, 후배, 선배 신부님들이 발각돼 모조리 끌려가서 다 죽었습니다. 부산까지 왔다고 하면 같은 일이 일어났을 겁니다. 만일 현재 우리나라가 대한민국이 아니라 인민공화국이라고 가정해 보세요. 우리가 보고 있는 천주교회는 이렇게 존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김수환도 존재하지 않았을 겁니다. 마찬가지로 다른 신부님들도 없었을 것입니다. 오늘의 대한민국의 모습도 없었을 겁니다.
강 교수가 이렇게까지 심각하게 생각하고 말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여과 없이 말한 것은 대한민국이 없어지기를 바랐고, 맥아더가 인천상륙작전에 성공해 인민공화국을 세우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기 때문일 겁니다.
대한민국이 없었다면 한반도는 북한 인민공화국의 지배 하에 있었을 겁니다. 그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상상해봅시다. 종교의 자유도 없고, 언론의 자유도 없고, 신체의 자유도 없을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강제수용소에 갇혀서 숨도 쉬지 못하는 상황에서 김정일의 지배 하에 살고 있을 겁니다. 대학교수라는 지성인이 어떻게 자유가 없는 김정일의 독재체제 하에 있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하는지."
-강 교수 논란에 대한 정부의 개입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강 교수에 대해 국가보안법으로 다스리려고 할 때 대한민국의 헌법을 존경하고 지켜야 하는 제대로 된 위정자라면 이 문제를 가장 심각하게 생각하고, 앞장서서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위정자가 이런 사람을 다스리는 검찰에 대해 사상의 자유, 언론의 자유, 인권을 보호한다고 견제하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북한에서는 수없이 많은 사람의 인권이 무시되고 짓밟히고, 감옥에 가고, 죽음까지도 당합니다. 이러한 북한의 인권에 대해서는 아무 말을 안 하는 사람들이, 인민공화국이 안 된 것을 아쉬워하고 대한민국이 아직도 존재한다는 것을 아쉬워하는 사람의 인권을 보호하겠다고 합니다. 청와대가 나서고, 장관이 나서는 현상을 우리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참으로 혼란스럽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지금 현재 정말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안에 살고 있는지, 간판만 대한민국이고 지배하는 사람들은 영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는지 분간하기 어렵습니다.
어떤 때는 (위정자들에게) 솔직히 말해 달라고 부탁하고 싶습니다. 당신들이 대한민국을 어디로 이끌고 가려하는가라고. 북한이 '우리는 하나다'며 민족만을 앞세워 선전하는 통일로 이끌어 갈 것인가. 자유민주주의도 없고, 시장경제도 보장 안 되고, 개인 인권도 무시되는 체제인데도 '민족'이라는 이름 때문에 그렇게 통일이 돼야 하는가….
통일은 누구나 소중히 생각하고, 누구나 염원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통일은 정말 남이나 북이나 모든 국민이 사람답게 생각할 수 있고, 말할 수 있고, 자유를 누리면서 살 수 있는 통일이어야 합니다. '우리는 하나다'고 외치면서 한반도기를 흔들면 순간적으로 감정적으로 반짝 기쁠 뿐입니다. 그러나 나중에는 뭐가 될지도 모르는, 자칫 잘못해서는 모두가 김정일 체제하에서 살게 되는 그런 의미의 통일을 우리는 바라지 않습니다. 그것이 통일이라면 우리는 모든 것을 다해서 막아야 합니다.
대통령을 포함해 청와대에 계신 분들이 수고가 많으신데 이런 의문을 풀어 주기 바랍니다. 어째서 대한민국을 부정하고, 대한민국을 위기에서 살린 사람을 원수나 적으로 보고, 결과적으로 현행법에 저촉되는 말을 한 사람을 청와대와 장관이 나서서 그렇게 보호하는가. 우리 모두가 알아들을 수 있게끔 그 까닭을 말해 주기 바랍니다.
정말 걱정입니다. 내 스스로 생각하기에 이대로 가면 우리가 적화통일 될 수도 있습니다. 나 같은 사람은 이제 살 만큼 살았으니까 별 문제 없습니다. 나 같은 사람은 벌써 제거대상 리스트에 들어가 있을 겁니다. 그러나 현재 이 땅에 사는 국민 모두가 어떤 처지에 놓이게 될는지, 참으로 암담합니다.
우리는 그동안 이른바 군사독재 아래에서도 여러 가지 어려움을 딛고 나름대로 인권과 정의를 위해서 노력해왔습니다. 지금 현재 386세대로 불리는 지배세력만 (민주화에 기여) 한 것이 아닙니다. 자화자찬 같지만 나 같은 늙은 사람도 나름대로 미력이나마 힘을 썼습니다. 지금 나서서 나라 걱정 하는 사람들 대부분도 지난 시절 나름대로 노력했던 사람들입니다. 그것을 수구보수로 몰고, 과거에 탄압했던 계층의 사람들로 분별없이 매도하고 있습니다. 나라가 정말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는 걱정 때문에 80이 넘은 노인 분들이 나서는 겁니다. 나 같은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도 이런 말 오랫동안 참았습니다. 솔직히. 그래서 다시 묻건대 어디로 나라를 끌고 갈 것인지."
- 최근 한 민간단체가 친일인명사전을 발표했습니다. 현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과거사 청산 작업에 대한 의견은.
"과거사 청산이라는 것은 필요한데, 그게 몇 사람이 모여서 그냥 단순한 잣대로 그렇게 처리할 문제는 아닙니다. 특히 친일문제 같은 것은 우리가 36년간 일본통치하에 있던 그동안에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그런 우여곡절 속에서 살아온 그분들을 참으로 한 분 한 분 소중히 생각해야 합니다. 그분들이 친일이라고 말을 하지만, 우리나라를 위해서 너무나 많은 일을 하셨던 분들입니다. 그 점도 참조하고, 전문가들이 깊이 연구해서 아주 조심스럽게 역사를 판단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일본은 전쟁 마지막 시기에 국민총동원 취지로서 각 단체마다 총동원단체를 만들었습니다. 그 단체의 책임을 진 사람은 그 단체의 장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천주교에서는 노기남 대주교가 대표가 되고, 신자들의 대표로는 장면 박사가 됐습니다. 단순히 그런 것을 보고 친일이라고 판단을 내리는 것은 너무나 가볍습니다. 그런 어른들에 대한 모독이라고도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만일 그 잣대로 보면 저도 학병을 갔다 왔고, 창씨개명을 했고, 학교 다닐 때 신사참배도 했습니다. 아마 그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했을 것입니다.
창씨개명은 부모로부터 물려 내려오는 성을 바꾸는 반윤리적인 것이었습니다. 나는 우리 집이 가난해서, 창씨개명을 하지 않으면 전쟁말기 배급이 끊기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창씨개명을 했습니다. 대부분 집에서 그러한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있었습니다. 어쨌든 창씨개명을 해서 이름을 바꿨으니까 그런 잣대로 보면 친일 아닌가요. 그런 연장선상에서 어른들을 봐야 합니다. 그런 단체에 가입하면서 정말로 민족에 해를 끼치는 일을 했다면 또 모르겠습니다. 그렇지 않았습니다. 장면 박사의 경우에는 대표적인 신자였기 때문에 이름이 올라갔는데, 그걸 단순하게 친일이라고 매도하고 돌을 던진다는 것은 참으로 지나칩니다.
저는 성경 말씀에 예수님이 간음한 여인에게 돌을 던져야하지 않느냐는 바리새인에게 '너희들 중에서 죄 없는 사람이 돌을 던져라'고 하셨다는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당신들 가정에 아버지가 창씨개명을 안했거나, 학교 다니면서 신사참배 안한 사람이 있거든 이 분들에게 돌을 던지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군대나 경찰의) 계급으로 따질 것이 아니라, 순경이라도 동포들을 정말 괴롭힌 사람들 중 악질이 있었다면 밝혀야 할 것입니다.
일제강점기 당시 대구교구에서는 일본 사람이 주교가 됐습니다. 서울은 그래도 노기남 주교님 같은 분이 계셔서 우리 민족에게 대단히 뜻 깊은 기쁨을 주셨습니다. 한국 사람이 그 시대에 주교가 됐다는 점은 대단히 뜻 깊은 사건이었습니다. 피상적인 판단으로 어른들을 비난해선 안 됩니다.
인촌 김성수 선생에 대해서는 내가 공개석상에서 인물됨에 대한 강연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분은 친일이 아니라 정말 민족독립을 위해서 엄청나게 공을 세운 분입니다. 독립운동 하는 분들에게 자금을 댄다든지, 민족지라고 할 수 있는 동아일보를 운영하고 중앙고와 고려대를 세워 교육사업을 펼치셨습니다. 민족혼을 조금이라도 살리기 위해 언론활동을 하고 민족의 인재를 양성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런 어른을 단순하게 관찰하고 친일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해도 해도 너무한 일입니다."
-이념 문제로 사회가 갈라져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진보다 보수다, 개혁-반개혁이라고 해서 굉장히 갈려 있습니다. 이게 정말 아쉬운 일입니다. 너무나 아쉽습니다. 정말로 이렇게 나가선 안 됩니다. 우리나라가 지금 여러 가지 사정을 봤을 때 경제를 위해서도 여야 없이 국력을 합해야 합니다. 그야말로 오늘 우리가 어떻게 처신하느냐에 따라서 우리 민족의 내일이 어디로 갈지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매일같이 이런 문제를 갖고 다투지 말고, 문제를 풀어나가야 합니다. 제각각 나라 사랑하는 마음은 다 있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됐느냐. 늘 상대방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생각합니다. 진보는 보수에, 보수는 진보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생각합니다. 나도 본의 아니게 어떤 한편에 서 있는 것처럼 돼 있습니다. 여기에는 역시 나라의 최고의 책임을 지고 있는 대통령을 비롯한 현재의 정권 담당자들이 먼저 나라가 적어도 이래서는 안 된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대통령을 비롯해 청와대 사람들은 박근혜 대표가 문제제기를 하면 박정희 대통령, 유신까지 끌어내 공격합니다. 문제의 골자는 나라의 정체성인데, 나라의 정체성에 대해 말하면 됐지, 뭣 때문에 아버지까지 끌어내고 유신까지 끌어내면서 공격하는 겁니까. 그렇게 하면 문제가 풀리지 않습니다. 현재의 분열상은 모두에게 문제가 있습니다. 모두가 한발씩 다가서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역시 먼저 나서야 할 사람은 위정자, 대통령, 정권 담당자입니다."
-가톨릭이 성체줄기세포 연구 지원, 낙태 반대, 생명윤리 운동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산업발전을 해오면서 1970년대 이전부터. 그 때는 아이들을 한 가정에서 여러 명을 낳고 인구가 많아지는 것이 산업발전, 경제발전에 방해가 된다고 했습니다. 그 때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적으로도 그런 경향이었습니다. 출산수를 줄였습니다. 그때도 아예 처음에는 2자녀 가정도 행복한 가정처럼, 나중에는 아이 하나가 되는 가정을 정부가 홍보했습니다. 우려했습니다. 여성들이 아기를 가지고 아기를 떼는 이른바 낙태를 많이 하게 되었고, 정부도 그것을 전격적으로 뒷받침하고. 심지어 모자보건법을 통해 그런 것을 법에서 용인하고 장려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낙태 인구비율이 최고로 많은 나라가 됐습니다. 연간 낙태 수가 150만 명이었습니다. 그때 미국도 150만 명이었습니다. 미국의 인구가 우리보다 4배나 되는데 그 인구비율을 감안하면 우리가 엄청나게 낙태 수가 많았던 것이었습니다. 그 때는 우리가 산아제한에 반대를 할 때도 사회적으로 웃음거리가 돼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그때부터 우리가 한 것은 생명이 소중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것은 모든 것이 중요하지만, 생명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게 됩니다. 성서에도 자기 생명을 잃는다면 다른 모든 것을 얻는다 해도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돼 있습니다.
사형제폐지, 낙태반대 등은 모든 것이 다 생명을 위해서입니다. 우리가 사는 목적이 무슨 돈을 벌기위해서, 권력을 갖기 위해서가 아니고, 인간이 참으로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한 것입니다. 줄여서 말하면 참생명입니다. 참생명은 현실에서만이 아니고 영원으로 이어지는 생명입니다. 생명은 세상 모든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것입니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 존엄하다는 것은 헌법에 있습니다. 모든 인간은 하느님을 닮은 모습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우리가 생명운동을 모든 것을 내걸다시피 해서 하고 있습니다. 지금에 와서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 저출산 국가가 됐습니다. 생명에 대한 윤리의식을 소홀히 하다보니까 환경문제가 나왔습니다. 도덕적으로도 가정이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으니까 혼외정사도 맘대로 일어나고, 가정이 파괴됩니다. 가정이 파괴되니까 독거노인들, 기러기 아빠이야기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나옵니다. 모든 문제가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 배아줄기 세포 연구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줄기세포는 크게 나눠 성체줄기세포와 배아줄기세포가 있습니다. 가톨릭에서는 성체줄기세포가 윤리적으로 저촉이 안 되고, 연구 임상실험에도 큰 효과가 있다고 봅니다. 이것을 이용해서 연구하자는 운동을 하는 겁니다. 배아라는 것은 결국 인간배아입니다. 인간배아는 인간의 생명입니다. 어머니 태중에 임신되는 그 순간부터 내 생명이 시작됩니다. 임신되고 몇 주가 지난 다음부터 나라는 것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고, 임신되는 순간부터 나의 생명이 시작되는 겁니다. 배아도 인간 생명이라는 겁니다. 비록 난자와 정자가 만나는 과정이 아니고, 인위적으로 배아를 만든다 해도 배아가 만들어지는 순간부터 그것은 인간 생명인 것입니다. 질병을 고친다고 해도 인간 생명을 해치면서 치료하는 것은 문제가 큽니다."
윤정국 문화전문기자 jkyoon@donga.com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