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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약사 부부 둘째아이 키우기]중이염 소동

입력 | 2005-10-21 03:08:00


“어엉, 아파, 귀가 아파….”

얼마 전 새벽에 큰 소리로 울어 온 가족을 깨운 승민이는 귀를 만지며 떼굴떼굴 굴렀다. 3일 전 승민이는 감기에 걸렸다. 그렇지 않아도 승민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감기가 돌아서 손발도 잘 씻겨 주고, 자기 전 양치도 해주곤 했다.

문제는 아침마다 승민이가 긴 바지 대신 오로지 하늘하늘한 여름 치마만 입겠다고 고집을 부린다는 것이다. 요즘 들어 신데렐라나 백설공주 같은 공주이야기에 흠뻑 빠진 승민이의 공주병 때문이다. 감기에 걸린 뒤로도 맨다리를 드러내고 찬바람 쐬며 놀이공원을 쏘다녔더니 결국 중이염까지 걸리게 됐다.

병원 진찰 결과 감기로 인한 급성중이염이었다. 왼쪽 귀의 고막이 터질 듯하고, 오른쪽 귀도 물이 고여 있는 상태로 증상이 심했다. 담당의사는 아침저녁으로 콧물 흡입치료를 받을 것을 권했다. 아내는 고막이 터진다는 표현에 놀라는 기색이었지만 고막이 터진다고 귀가 안 들리는 것은 아니므로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중이염은 만 세 돌까지 소아 중 85%가 한번쯤 걸릴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그중 70%는 감기가 원인. 이 나이대에 감기로 인한 중이염에 잘 걸리는 이유는 소아의 코와 귀를 연결하는 이관이 성인에 비해서 넓고 짧으며 수평으로 연결돼 있어 코와 목의 염증이 쉽게 귀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승민이처럼 의사표현을 할 줄 아는 어린이는 귀의 통증이나 청력 감퇴로 중이염에 걸린 것을 알 수 있지만, 어린 아기의 경우 젖을 먹으며 심하게 보채거나 감기 치료 중에도 열이 잘 안 떨어지는 것으로 중이염을 짐작할 수 있다.

중이염은 대부분 세균 감염이 원인으로 항생제 치료가 기본이 된다. 승민이는 항생제를 먹인 뒤 하루 만에 아픈 증상이 없어지고, 3일 만에 중이에 고인 물의 95%가 빠질 정도로 급속히 호전됐다. 그러나 이때 ‘이쯤 되면 치료는 다 됐겠지’ 라며 함부로 치료를 중단하는 것은 금물. 임의로 항생제를 끊게 되면 쉽게 재발하며 만성 중이염으로 진행할 우려가 있다. 중이염 소동 후 결국 우리는 승민이와 치마 속에 바지를 입는 것으로 타협을 봤다. 그런데 며칠 뒤 어린이집 선생님이 던진 한마디. “승민이가 치마 속으로 바지를 감추느라 종일 바지를 치키는 데만 신경 써요.” 공주병은 난치라더니 언제쯤 차도를 보일는지. 왜 동화책에 바지 입은 공주는 안 나오는 걸까?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