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아름다운 아이들/최시한 지음/205쪽·6500원/문학과지성사(1996년)
‘이방인’을 쓴 알베르 카뮈는 사회의 대다수가 따르는 기준을 따르지 않는다면 사람은 그가 속한 사회에서 이방인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사회의 질서나 관행을 거부할 때 우리는 그 사회로부터 추방당할 위험이 있다는 뜻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주인공 선재는 분명 이방인이다.
‘허생전을 배우는 시간’을 비롯한 5편의 일기체 연작을 통해 알 수 있듯 그는 ‘예’만이 대답이고 ‘아니요’는 대답이 아닌 사회 질서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렇게 살아왔다. 이제는 너도 그래야 한다”는 누나의 말은 바로 우리 사회의 권위나 관습이자 눈앞의 현실이다. 그런데 선재는 왜 그래야만 하느냐고 반론을 편다. 이 세상에는 가치 있는 게 여러 가지가 있고 그건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사실 소크라테스에서 데카르트로 이어지는 서양철학사의 핵심은 ‘왜?’라는 질문이었다. 그것은 현상과 사물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자 기존의 관습과 권위에 대한 도전이었다. 마찬가지로 스스로에게 던지는 의문과 궁금증을 가장하고 있지만 부드럽고 완곡한 선재의 질문은 현실의 맹점과 비논리를 꼬집는다.
일기라는 형식 자체가 반성적 사고를 전제로 한 글쓰기라는 점에서, 또 어떤 사건이나 행동이 가지는 근본적인 원인과 이유를 여러 각도에서 따져 보고 의문을 제기하는 일이 바로 논리적 사고라는 점에서 이는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세상을 향한 선재의 항변과 외침은 이방인의 것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런 생각을 행동으로 옮긴 윤수도, ‘왜냐선생님’도 모두 학교에서 쫓겨난다. 만일 이 소설에 나오는 학교라는 공간이 우리가 살아가는 거대한 현실과 사회의 유추라면 그들의 추방을 통해 작가는 독자들에게 진지한 질문을 던진 셈이다. 획일적이다 못해 부정적인 사회 현실 속에서 ‘우리들 각자는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가’가 질문의 요지다.
종종 우리는 논리를 말재주나 글쓰기 기술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참된 논리란 지나온 과거를 돌아보고 새로운 미래를 열기 위한 순간순간의 선택이고 행동이며 그 선택과 행동은 우리의 삶을 결정짓는 요소가 된다.문 재 용 서울 오산고 국어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