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차가운 날씨는 때로 중년과 노인에게 심각한 위협이 된다. 뇌중풍(뇌졸중)이 그 대표적인 경우다. 최근에는 30대의 젊은 나이에서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기온이 갑자기 떨어지면 몸을 보호하려는 시스템이 작동한다. 몸이 움츠러들면서 혈관이 급격하게 수축한다. 게다가 혈액은 더 끈끈해진다. 콜레스테롤의 함량이 높아지면서 혈관이 점점 좁아지는 것이다. 그러다가 심하면 ‘퍽’ 하고 터진다. 바로 뇌출혈이다.
뇌중풍은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과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으로 분류한다. 전체적으로 뇌경색 환자가 더 많지만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는 뇌출혈 환자가 더 많다.
▽아침, 화장실을 조심하라=특히 아침에 많이 쓰러진다. 원래 아침에는 혈관이 수축돼 있다. 가만히 있어도 혈압이 올라가기 마련이다. 그런 상황에서 차가운 바깥 공기를 접하면 뇌출혈이나 심장 발작이 일어나기 쉽다.
따라서 새벽녘 신문을 가지러 밖에 나갈 때도 반드시 덧옷을 입어야 한다. 아침 운동을 조금 덜 하거나 시간을 늦추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뇌출혈이 많이 발생하는 장소 중 한 곳이 바로 화장실이다. 춥기 때문이다. 보통 나이가 들면 배의 압력, 즉 복압(腹壓)이 약해지기 때문에 변을 볼 때 더 힘을 주게 된다. 추운 탓에 이미 혈관이 수축된 상태에서 배에 힘을 더 주기 때문에 혈압은 더 급격하게 오른다. 혈관이 터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화장실에 히터를 틀자.
▽전조 증상, 놓치지 말라=뇌중풍은 본격적으로 발병하기 전에 ‘허혈성 뇌중풍’, 즉 전조 증상이 나타난다. 그러나 하루 정도 있으면 사라지기 때문에 무심코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절대 놓치지 말자.
가장 흔한 전조 증상은 마비다. 환자의 70% 정도에서 나타난다. 보통 몸의 한쪽만 마비되는 특징이 있다. 손발 저림은 신경성 또는 당뇨 합병증으로 인한 신경계 손상이 원인일 확률이 높다.
머리에 벼락이 친 것처럼 극심한 두통도 의심해야 한다. 그러나 편두통이 뇌중풍과 연관이 있을 확률은 10만 명당 3명 정도다. 뒷머리가 뻣뻣한 경우도 95% 이상은 뇌중풍과 관계가 없다.
이 밖에 △멀미하는 것처럼 어지럽고 △물건이 두 개로 보이고 △술 취한 사람처럼 휘청거리고 △갑자기 말을 심하게 더듬을 때도 뇌중풍을 의심해야 한다.
▽예방이 최선=당연한 얘기지만 혈관이 막히지 않도록 생활습관을 고쳐야 한다.
무엇보다 혈압을 높일 수 있는 짠 음식을 피해야 한다. 외국의 연구 결과 하루 평균 9.5g의 소금을 먹던 사람이 6.0g까지만 줄여도 뇌중풍 위험을 13%나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은 하루 평균 12.5g의 소금을 먹는다. 소금부터 줄이자.
넥타이도 느슨하게 매자. 지난해 영동세브란스병원 정태섭 교수팀이 20∼40대 직장인 20명을 대상으로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한 결과 넥타이를 갑갑하게 맨 사람일수록 혈류 속도가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넥타이를 꽉 조여 매면 뇌의 혈액순환을 방해해 뇌중풍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것.
호주 시드니대 폴 미첼 교수팀이 3654명을 대상으로 1992년부터 눈 건강과 뇌중풍 위험을 추적 조사했다. 그 결과 눈 망막에 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7년 이내에 뇌중풍으로 사망할 확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2∼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