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0월 마지막 주 화요일은 ‘저축의 날’이다.
2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제42회 저축의 날 행사는 역대 최소 규모로 조촐하게 치러진다. 이날 훈·포장과 표창을 받는 저축유공자는 120명이다. 2002년 412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년 만에 70% 이상 줄었다.
1970년대에는 대통령이 행사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직접 상을 줬다. 군악대와 합창단도 동원됐다. 요즘에는 재정경제부 장관과 한국은행 총재가 축사를 하고 녹음테이프가 군악대와 합창단을 대신한다. 격세지감이다.
저축의 날 행사가 쪼그라든 것은 저축을 장려하면 소비가 줄어 가뜩이나 불황인 내수경기가 더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해서다.
정부 관계자는 “투자에 필요한 재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시절에는 저축이 최고의 미덕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건전한 소비 지출을 장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일부 선진국이 경험한 ‘절약의 역설’ 이론이 한국에서는 벌써 적용되기 시작한 셈이다.
20세기 최고의 경제학자로 평가받는 존 케인스는 “개인으로 보면 절약해 저축을 늘리는 게 합리적이지만 사회 전체로 보면 오히려 소득 감소와 불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1988년 40.5%에 이르렀던 저축률(가처분소득 대비 저축 비율)이 2002년 31.3%까지 떨어졌지만 사회적인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정부가 경기 회복에 더 비중을 뒀기 때문이다.
소비 지출이 국내총생산(GDP)에 기여하는 비중은 올해 2분기 기준으로 61.2%에 이른다. 경제성장의 가장 중요한 동력인 것이다.
2003년(―1.2%)과 지난해(―0.5%) 감소했던 민간소비(해외소비 포함)가 올해 들어 1분기 1.4%, 2분기 2.7%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1999년 12%대, 2000년 8%대였던 것에 비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감소세이던 저축률은 지난해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에도 불구하고 32.6%로 높아졌다. 40대 이상 연령층이 저축을 늘렸기 때문이다. 특히 2000∼2004년 55세 이상의 저축률(27.7%)은 1980년대보다 7.6%포인트나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노후 대비를 위한 자구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40대 이상은 밝은 미래를 확신할 수 있을 만큼 경제가 좋아지지 않으면 지갑을 쉽게 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25일 한국은행이 내놓을 3분기 경제성장률 속보치와 28일 통계청이 발표하는 3분기 산업활동 동향은 요즘 경기를 판단할 수 있는 지표다.
조류독감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26일 국무총리 주재로 열리는 조류독감 방역 대책회의도 주목된다.
김상철 경제부 차장 sckim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