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미국의 흑인 민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생생한 일대기다. 열네 살 때 버스 안에서 백인에게 자리를 빼앗기고 90마일을 선 채로 타고 오면서 겪었던 치욕과 분노를 평생토록 간직하겠다고 맹세한 그는 동일한 고통을 겪고 있는 흑인 형제들을 위해 헌신한다.
그는 시민불복종론의 헨리 데이비드 소로, 비폭력 저항주의의 마하트마 간디에게서 정신적 자양분을 흡수해 자신의 운동 방법론을 만들어 간다. 그에게 간디의 비폭력 저항주의는 예수의 ‘원수를 사랑하라’는 가르침을 현실 사회에 적용한 실천적 방법론이었다.
킹 목사는 몽고메리 사건을 통해 본격적인 흑인 민권운동가로 거듭난다. 미국 남부 앨라배마 주 주도였던 몽고메리에서는 흑인들은 버스 좌석에서도 차별을 받아야 했는데 이를 거부한 한 흑인 여성이 체포됐다. 킹 목사는 버스 승차 보이콧 운동을 전개했고, 이 운동은 절대적인 지지를 이끌어 내며 잠자는 듯 침묵하던 흑인사회를 잠에서 깨어나게 했다. 그는 드디어 어린 시절의 치욕적 경험을 비폭력 저항운동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킹 목사의 절실한 관심은 흑인 사회의 패배주의를 극복함과 동시에 어떻게 해야 증오와 원한이 아닌 관용과 정의의 정신으로 저항하도록 할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비폭력은 무저항이 아닌 더욱 적극적인 저항이었고, 상대방을 무력으로 굴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정의와 양심의 법에 복종하게 하는 힘이었다.
이 책의 백미는 1963년 8월 28일 워싱턴 시가행진에서 행한 그의 연설이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조지아 주의 붉은 언덕에 노예의 후손들과 노예 주인의 후손들이 형제처럼 손을 맞잡고 나란히 앉게 되는 꿈입니다.” 이 연설은 텔레비전을 타고 수백만 미국인의 양심을 뒤흔들었다. 과격한 흑인 폭동을 예상하고 대반전을 기대하던 백인 우월주의자에게는 실망스러운 것이었겠지만 이날의 집회에서 보여 준 흑인들의 비폭력 저항은 전 세계 인류에게 큰 도덕적 충격을 주었다. 백인들의 테러는 점점 수위가 높아졌지만 1964년 드디어 흑백 평등권이 법제화되고 킹 목사는 그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다.
그러나 킹 목사는 그가 흠모했던 간디의 운명처럼 1968년 4월 4일 39세의 나이에 암살을 당한다. 마치 이를 예견이라도 한 듯 그는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자신의 목숨을 바칠 수 있을 만큼 귀중한 것을 아직 찾지 못한 사람은 대단히 고달픈 인생을 살아야 합니다. 저처럼 서른여덟 먹은 사람이 있다고 합시다. 언젠가는 이 사람은 어떤 위대한 원칙이나 위대한 사안, 위대한 대의를 위해 일어서야 할 시점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 사람은 겁이 나서 혹은 좀 더 오래 살고 싶어서 그런 사명을 거부합니다. … 그래서 결국 대의를 포기하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아흔 살이 되었다고 합시다. 하지만 이 사람은 나이는 아흔이지만 이미 서른여덟에 죽은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이 책은 꿈과 용기를 지녔던 한 인간을 보여 준다. 그의 꿈은 불의로 고통받는 흑인 형제들이 평등한 세상에서 자유를 누리는 것이었다. 또한 그의 용기는 남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정의를 위해 자신의 희생을 감수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한 인간의 가슴속에 심긴 꿈이 어떻게 현실이 될 수 있는가를 생생하게 보여 준다.
김진우 서울공업고 교사·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