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불운은 종종 다른 이에게 기회가 된다. 지금 박지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는 요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선발로 자리를 굳힐 최고의 찬스를 맞고 있다.
라이언 긱스의 부상이 오래가는 데다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는 필드 바깥에서 구설수에 휘말렸다. 박지성은 앞으로 몇 주 동안 충분히 많은 시간을 뛰게 될 것이다.
이게 좋은 뉴스라면 나쁜 뉴스도 있다. 맨체스터가 2경기 연속 무승부를 올리며 주춤거리고 있는 데다 박지성은 낯선 역할에 적응해야 하는 것이다.
박지성은 한국대표팀에서도, PSV 에인트호벤에서도 그리고 사실 맨체스터에서도 오른쪽 윙으로 뛰면서 가장 효율적인 축구를 보여 줬다. 하지만 그는 이제 부상 중인 긱스를 대신해 왼쪽에서 뛰는 것을 배워야 한다.
22일 맨체스터의 홈구장인 올드트래퍼드 기자석은 박지성과 토트넘 홋스퍼의 왼쪽 윙백 이영표의 맞대결을 보기 위한 30여 명의 한국 기자로 북적거렸다.
그러나 박지성이 왼쪽 윙을 맡게 돼 이영표는 대런 플레처와 편안하게 맞붙음으로써 예상했던 맞대결은 무산됐다.
전반전 박지성의 부조화스러운 플레이는 그가 왼쪽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 줬다. 오른발잡이인 박지성은 왼쪽의 풀백들을 뚫고 쓸 만한 크로스를 올리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박지성이 토트넘의 수비를 효과적으로 뚫지 못했고 이는 결국 뤼트 반 니스텔로이와 웨인 루니 같은 동료 공격수들의 골 기회가 없어짐을 뜻했다. 그렇다고 박지성이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을 회피한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그는 용감하고 철저하게 새 무대에 적응했다.
양 팀 모두 수비 조직은 튼튼했지만 공격에 대한 열의는 부족했다.
토트넘이 이번 경기 결과에 훨씬 기뻐했으리라는 것은 확실하다. 특히 저메인 제나스의 훌륭한 동점골이 터진 것은 최고의 순간이었다. 그 골이 없었다면 토트넘의 경기는 질적으로 아쉬움이 많았을 것이다.
막판에 호나우두를 투입했지만 맨체스터는 패기 넘치는 침투가 부족했고 그 때문에 그들의 열망은 다시 한번 무너졌다.
후반 37분 박지성은 그의 진짜 능력을 보여 줬다. 박지성의 슛은 토트넘 골문을 향했지만 날카로움이 부족했다. 이때가 이번 경기에서의 맨체스터 플레이를 종합해 보여 주는 순간이었다. 노력은 충분했지만 결과물은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박지성은 팀에서 자신의 위치를 ‘시멘트’처럼 굳힐 충분한 기회를 맞고 있다.
롭 와이트먼 잉글랜드 축구전문기자 rob.wightman@ntlworld.com
▶ 롭 와이트먼 영어 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