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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일산 모텔촌 ‘비즈니스村’으로

입력 | 2005-10-25 03:16:00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 R호텔은 1층에 비즈니스 센터를 설치해 외국 투숙객들이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춰 놓고 있다. 이동영 기자


퇴폐 향락의 대명사처럼 불리던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의 러브호텔들이 비즈니스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국제전시장(KINTEX·킨텍스)과 파주시 LG필립스 공장 설립에 따라 외국인 숙박 수요가 크게 늘면서 자발적으로 건전한 숙박업소로 거듭나고 있는 것.

24일 오전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 R호텔.

러브호텔의 상징인 자동차 번호판 가리개나 주차장 입구의 가림막은 찾아볼 수 없다. 프런트 벽에는 세계 주요 도시 현지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가 걸렸고 달러와 엔화 환율도 표시돼 있다.

객실에서도 붉고 침침한 조명, 콘돔이나 성 보조기구, 음란 비디오나 성인방송 채널 등 러브호텔이면 대체로 갖춰야 할 비품도 사라졌다. 그 대신 산수화와 널찍한 소파, 사무용 컴퓨터, 랜 망 등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지하에는 깔끔한 식당이 마련돼 비즈니스맨들이 간단한 아침을 먹을 수 있게 했다.

이 호텔 건너편 또 다른 R호텔도 사정은 비슷했다. 랜 망을 갖춘 객실은 물론이고 1층에는 ‘비즈니스 센터’를 만들어 국제전화, 팩스 송신, 인터넷 등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11일 킨텍스에서 개막된 한국전자전도 중요한 계기가 됐다.

킨텍스 측은 올해 4월 개장하면서 일산 내 15개 숙박업소와 협약을 맺어 외국 비즈니스 맨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업소 측을 꾸준히 설득했다. 그 대신 킨텍스 홈페이지에 이들 업소를 소개해놓고 외국바이어들이 이용할 수 있게 안내했다.

킨텍스와 협약을 맺지 않았어도 자발적으로 개선한 업소도 상당수에 이른다.

일산서구 탄현동 A호텔은 40개 객실이 이미 일본인 기술자 장기 투숙객으로 꽉 찼다.

일산 주민의 격렬한 시위 속에서도 문을 열고 호황을 누리던 러브호텔이었으나 올해 초 원형이던 침대를 바꾸는 등 시설을 개선하고는 파주 LG필립스에 기술을 지원하는 일본인 손님을 대거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손님이 넘쳐 인근 다른 두 곳의 숙박시설로 안내해 주고 있다.

미니버스 2대와 승합차 3대를 구입해 손님들을 무료로 출퇴근시키고 세탁물 서비스도 해준다.

한 호텔 관계자는 “일산 지역에서는 비즈니스용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수년 내 큰 어려움을 맞게 될 것”이라며 “먼저 건전한 업소로 변하니 지역 발전에 보탬이 된다는 자부심도 든다”고 말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