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신체조건 응시 제한 규정을 철폐하는 대신 도입하려는 체력 측정 기준은 경찰관 채용 시험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새 체력 측정의 반영비율이 높아질뿐더러 그 종목과 방식도 바뀌기 때문이다.
이 방식은 갈수록 응시 인원이 늘어나고 있는 경찰뿐 아니라 소방공무원과 철도공안직, 법무부 교정직에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5가지 종목 측정=경찰은 현재 100m 달리기, 오래달리기, 윗몸일으키기 등 3종목의 체력 측정을 하고 있지만 채용시험 반영비율이 낮아 당락에 미치는 영향이 적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미국과 영국의 체력검사 종목을 참고해 새로 제시한 종목은 △왕복 오래달리기 △악력과 배근력 측정 △사이드스텝 △윗몸일으키기 △50m 달리기 등 5가지.
왕복 오래달리기는 20m를 왕복한 횟수를 측정한다. 사이드스텝은 폭 120cm의 선 3개를 세로로 그은 뒤 응시자가 가운데 선을 기준으로 양쪽으로 75cm 이상을 지그재그 방식으로 오가는 것이다. 거스 히딩크 전 한국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이 선수들을 지도할 때 이 방식을 활용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100m 달리기는 순발력 측정을 위해 50m 달리기로 변경되고, 악력과 배근력은 정밀한 측정을 위해 디지털 기계를 이용한다. 윗몸일으키기만 기존과 동일하다.
경찰은 종목당 점수 기준을 구체화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차별 시비 아예 차단”=올해 4월 국가인권위원회가 경찰청장에게 신체조건 응시 제한 규정을 철폐할 것을 권고했을 때만 해도 경찰의 반응은 냉담했다.
하지만 경찰은 신체조건 제한 규정의 근거를 제시하기 힘들었다. 신체조건 응시 제한 규정을 두고 있는 일본이나 독일의 기준(남자 키 160cm, 여자 키 153cm 이상)도 한국보다 낮다는 점이 드러난 것. 공단 측이 “마라토너 이봉주, 축구선수 박지성, 육상선수 칼 루이스 등은 평발인데도 운동능력에는 이상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체격과 체력의 상관관계는 모호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신체조건 기준을 현재보다 낮추더라도 차별 시비가 계속 이어질 것이어서 아예 기준을 폐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매년 수만 명에게 해당=어렸을 때부터 경찰관이 꿈이었던 이모(27) 씨는 키가 기준에서 0.2cm 모자라 응시할 수 없다며 올 1월 인권위에 진정서를 냈다. 이 진정서가 경찰의 신체기준 철폐 방침을 이끌어냈다.
앞으로는 경찰공무원 응시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찰공무원 응시자는 매년 5만여 명 수준이다. 인권위의 권고를 받은 소방공무원과 철도공안직, 법무부 교정직을 합치면 응시자는 매년 7만∼8만 명에 이른다.
이들 지망생은 필기시험과 체력검사를 동시에 통과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 체력검사 종목 비교현행개정(안)개정 종목의 내용100m 달리기50m 달리기순발력 측정 위해 거리 줄임.사이드스텝폭 120cm짜리 선을 세로로 3개 긋고, 양쪽으로 폭 75cm 이상을 오가는 것.오래달리기왕복 오래달리기20m 왕복 횟수를 점수화. 최소 1200m를 뛰어 장거리 달리기 능력도 측정.악력과 배근력디지털 기계로 측정.윗몸일으키기윗몸일으키기현행 유지.자료:국민체육진흥공단 산하 체육과학연구원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