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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간 협력경영]이런 점은 고칩시다

입력 | 2005-10-27 03:01:00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품질경쟁력 높이고 원가절감 노력해야”▼

“대기업에 시혜(施惠)를 베푸는 듯한 대우를 요구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김석중 전국경제인연합회 상무(사회협력실)는 “대기업은 국내 시장이 아닌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하도급 거래도 국제경쟁력 차원에서 이해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상무는 “중소기업 제품의 품질과 가격 경쟁력이 뒤지면 대기업도 협력관계를 맺기가 어렵다”며 “대기업도 노력해야겠지만 중소기업들도 품질 경쟁력을 높이는 데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기업에게 지원만 요청할 게 아니라 품질 향상을 위한 중소기업의 자체적인 노력과 정부의 지원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상무는 “삼성그룹의 해외 매출이 전체 매출액의 85%를 차지하고, LG그룹과 현대·기아자동차그룹 또한 해외 매출 비중이 각각 80%, 75%나 된다”며 “국제경쟁력과 직결된 문제이니 만큼 중소기업이 함께 노력하지 않으면 협력관계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요 대기업들의 주요 주주로 부상한 점도 마냥 중소기업에 지원만 할 수 없는 요인이라는 것이다.

“중소기업은 납품가 문제를 자주 제기하지만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납품가를 ‘문제’로 보지 않을 수 있어요. 무조건 대기업이나 정부가 나서서 문제를 풀어 줘야 한다는 주장은 곤란합니다.”

다만 김 상무는 대기업의 대금결제 방식에 대해선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금지급 시기를 질질 끌어선 중소기업과 신뢰를 쌓기가 어렵다”면서 “이에 맞춰 중소기업도 원가절감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상무는 일부 대기업의 납품가 ‘후려치기’에 대해 “하도급 거래는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대기업이 협력업체 감사를 나가는 것은 품질개선과 이익구조 파악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기업들이 납품단가를 너무 깎는다는 주장에는 일부 일리가 있더라도 납기를 정확하게 맞추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단가인하 집착말고 동반성장 신뢰주길”▼

“아무리 대기업 총수들이 상생경영 외치면 뭐합니까? 임직원들은 조금이라도 납품단가를 깎아야 좋은 평가를 받는데….”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장지종 부회장은 대기업들의 상생경영 원칙에 현실성이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장 부회장은 “대기업이 현장에서 수익을 내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단가를 깎는 것”이라며 “중소기업을 상대로 얼마나 수익을 냈는지를 기준으로 임직원을 평가하기 때문에 상생경영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눈앞의 이익에 집착하면 상생경영이 이뤄질 수 없다”며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이 모두의 경쟁력을 높이는 지름길”이라고 덧붙였다.

장 부회장은 일본의 도요타를 상생경영의 모범 사례로 제시했다.

그는 “도요타는 경기 불황이 이어지면 하청기업이 스스로 납품단가를 깎는다”며 “이는 도요타가 평소 중소기업에 재투자 여력을 주는 등 신뢰 관계를 두텁게 형성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에선 대기업이 납품단가 인하를 발표하고 ‘따라오기 싫으면 거래를 끊겠다’는 방식이 관행으로 굳어지고 있다고 장 부회장은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일일이 쫓아다니면서 불공정 거래를 규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대기업이 자발적으로 중소기업 챙기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공기업이 대기업보다는 상생경영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돼 있으며 공기업이 상생경영을 주도적으로 실천하면 대기업에게도 기업간 협력정신이 전파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한국전력은 중소기업을 얼마나 지원하는지가 자회사 사장의 평가 기준이라는 설명이다.

장 부회장은 “비올 때 중소기업과 우산을 같이 쓰겠다고 하는 은행들도 정작 중소기업 경영환경이 어려워지면 우산을 뺏는 게 현실”이라며 “대기업 퇴직임원들의 중소기업 컨설팅, 경영노하우 전수, 대·중소기업 간 공동기술개발 등 현재 진행 중인 수많은 노력들도 상생경영에 대한 대기업의 인식 제고가 없으면 헛일”이라고 강조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