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커버스토리]나홀로 운동? No 맞춤형 운동? Yes

입력 | 2005-10-28 03:01:00

JM메리어트호텔 마르퀴스 피트니스클럽 한동길 트레이너가 고객을 지도하고 있다. '몸짱' 바람을 타고 개인의 몸과 건강을 1대1로 관리해 주는 퍼스널 트레이너(PT)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개인의 몸과 건강을 1 대1로 관리해 주는 퍼스널 트레이너(Personal Trainer·PT)가 각광받고 있다. 프로스포츠 선수들이 경기력 향상을 위해 도움을 받았던 PT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PT는 ‘맞춤형 운동’을 지도하는 개인 교사다. 젊은 층은 보기 좋은(Well-looking) 몸을 위해, 중년은 건강한(Well-being) 몸을 위해 PT를 찾는다. 특히 몸이 이미지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개인의 일상에서 PT의 입김도 거세지는 추세다. PT가 운동법뿐 아니라 식생활 습관 등을 챙기면서 라이프 코치 역할도 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맞춤형 운동이 뜬다

퍼스널 트레이닝은 트레이너가 회원의 운동법과 영양, 생활 패턴을 개별적으로 관리해 주는 코칭.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하는 미국에서 처음 시작됐다. 1970년대 크리스토퍼 리브와 아널드 슈워제네거 등 근육파 배우들이 PT를 통해 운동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확산되기 시작했고, 1980년대에 대중화됐다. 미국 헬스클럽 연합 단체인 ‘인터내셔널 헬스’에 따르면 2004년 PT를 고용하고 있는 미국인은 620만 명. 5년 만에 200만 명이 늘었다.

한국에서는 2∼3년 전 캘리포니아와우휘트니스, 발리토탈휘트니스 등 미국계 헬스클럽이 퍼스널 트레이닝 제도를 도입했다. 배용준 등 톱스타들이 PT를 통해 단시간에 매력적인 몸 만들기에 성공한 것이 알려지면서 확산되고 있다. 발리토탈휘트니스 마케팅팀 최훈(35) 차장은 2년 만에 PT 이용률이 20%에서 30%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글=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사진=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퍼스널 트레이닝 시대▼

퍼스널 트레이닝 과정은 상담→PT 배정→기초체력측정→프로그램 설계→시행→정기적 프로그램 재평가, 보완으로 이어진다. 일주일에 3회 이상 1시간 정도 운동하는데 PT가 회원 옆에 붙어 사용 기구와 운동 자세, 횟수를 일일이 체크한다. 식사 메뉴와 간식, 생활 습관을 챙기는 것은 기본. 클럽마다 차이는 있으나 회당 3만∼5만 원이 든다. 회원의 집에서 덤벨 같은 간단한 운동 기구를 이용해 출장 트레이닝을 하는 PT도 있다.

한국 체육사(史)에서 PT는 3세대 운동으로 분류된다. 선수 양성에 초점을 둔 엘리트 체육, 에어로빅 야구 축구 등 단체 운동 중심의 사회 체육에 이어 개인의 건강을 중시하는 맞춤 운동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서울대 체육교육과 임번장(65·스포츠사회학) 교수는 “체력은 개인차가 많아 일률적 기준을 적용하면 극단적으로는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위험하다”며 “개인의 능력과 취향에 따라 운동을 지도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생활의 중심, 퍼스널 트레이닝

디자이너 강희숙(58) 씨는 28년째 운동을 해 오고 있다. 장년의 나이에도 왕성하게 운동을 할 수 있는 비결은 퍼스널 트레이닝. 15년 전부터 PT에게 강습을 받아 왔다. 자세가 흐트러질 수 있는 ‘나홀로 운동’의 부작용을 막고 새로운 운동법을 익히기 위해 정기적인 교정을 받는다고 그는 말한다. 그는 ‘PT 전도사’로 통한다.

“PT 강습을 받으면 운동 효과가 확실히 달라요. 운동 목적에 맞는 정확하고 바른 운동법을 배울 수 있죠.”

맥쿼리증권 자본시장부 김진경(29) 씨는 PT를 시작한 뒤 생활 패턴이 바뀌었다. PT가 음식과 음주 여부, 수면 시간을 꼼꼼히 챙기며 ‘잔소리’를 하는 덕분에 ‘바른 생활’을 하게 된 것. 김 씨는 “PT는 단순히 운동뿐 아니라 삶을 바꿔 주는 라이프 코치”라고 말했다.

경험자들은 심리적 측면에서도 퍼스널 트레이닝의 효과가 높다고 말한다. 운동 시간 내내 옆에서 “하나만 더!”하고 독려하면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는 것. 운동심리학에 따르면 운동을 같이 하면 혼자하는 것보다 효과가 훨씬 크다.

선문대 사회체육학과 한명우(52·스포츠심리학) 교수는 “PT의 가장 큰 역할은 운동을 꺼리거나 포기하는 이들에게 운동을 지속하도록 북돋는 모티베이터(motivator)”라며 “문명과 통신 수단의 발달로 몸의 움직임이 줄어드는 현대인에게는 운동의 동기 유발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중독 증상도

PT가 생활에 깊숙이 개입하고, 또 그만한 결과를 얻음으로써 PT에 과잉 의존하는 중독 증상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서울시내의 한 특급호텔 피트니스클럽에서 운동하는 이모(42) 사장은 PT가 자리를 비우면 10분도 운동하기가 힘들다. 이 씨는 “누가 옆에서 도와 주지 않으면 운동을 제대로 하는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PT를 통해 운동 효과를 얻은 이들 중에는 PT를 지나치게 신뢰하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사업가 김모(57) 씨는 PT와 함께 스트레칭을 통해 오십견을 치료했다. 이후 그는 의사에게 진찰을 받으려고 하지 않는다. 담당 PT는 “(병원에서) 물리치료를 받아도 그때뿐 효과가 오래 가지 않는다고 가지 않는다. 우리가 의사가 아닌데 고객의 이런 신뢰는 부담스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PT에 중독돼 생활이 운동에 종속되는 부작용도 있다.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 피트니스클럽 박재범(31) 트레이너는 “PT의 일정에 맞춰 휴가나 약속은 기본이고 비즈니스 일정도 조정하는 경우가 많다”며 “PT에게 스트레스를 줄 정도로 수시로 전화해 운동 방법 및 식단을 상담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대 체육교육과 김동진(63·체육지도법) 교수는 “PT를 통해 운동법을 배운 뒤 셀프 트레이닝으로 이어져야 지속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충고한다. JW메리어트호텔 피트니스클럽 정주호(35) 트레이너는 고객의 과잉 의존을 막기 위해 되도록 3개월 이상 퍼스널 트레이닝을 하지 않는다. 셀프 트레이닝을 유도한 뒤 1개월에 한 번씩 잘못된 부분을 교정해 준다.

PT가 개인의 일상에 세세히 간여하면서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기도 한다. 최근 서울 강남의 한 헬스클럽에서는 남성 트레이너가 여성 고객에게 ‘가슴 라인이 예쁘다’ ‘엉덩이가 탄력 있다’는 등 ‘성(性)적’ 발언으로 징계를 받기도 했다. 신라호텔은 불상사를 예방하기 위해 PT와 고객 사이의 트레이닝 약속도 매니저를 통해 하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의사와의 연계 필요

PT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능력이 검증 되지 않은 이들이 양산되기도 한다. 국가 공인 제도가 없어 영세한 일부 사설 단체는 1주일 안팎의 교육만 마치면 PT 자격증을 내 주기도 한다.

신라호텔 피트니스클럽 유명애(42) 과장은 “사전에 PT의 자격사항을 꼼꼼하게 묻고 상담해야 하며 장년층이라면 재활 분야 지식이 있는지 확인하라”고 조언했다.

PT는 운동전문가이지만 몸을 다루기 때문에 의학적 소양도 갖춰야 한다. 미국에서는 운동 프로그램을 짤 때 PT가 고객의 주치의와 상담하며, 프로그램을 확정하기 전 의사의 동의서를 받는다.

한국에서는 일부 특급 호텔이 이런 절차를 갖추고 있으나 소수에 불과하다. 서울아산병원 스포츠건강의학센터 진영수(55) 교수는 “40대 이상은 검증 안 된 PT가 강도 높은 운동을 실시할 경우 위험할 수 있다”면서 “스포츠의학 관련 전문 지식을 갖춘 운동처방사에 대한 국가공인자격 인증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PT가 되려면▼

한국에서 피트니스클럽 트레이너 관련 공인 자격증은 생활체육지도자 자격증이 유일하다. 이 자격증은 4년제 대학 체육 관련 학과를 졸업하거나 클럽에서 코칭 경력이 있으면 응시할 수 있다.

PT는 특별한 자격증이 없다. 트레이너가 고객의 요구가 있으면 PT로 활동하는 셈이다. 외국계 피트니스클럽은 생활체육지도자 자격증을 가진 이들을 자체 교육을 거쳐 PT로 채용한다. 대한퍼스널트레이닝연맹 등 사설 협회에서 PT 자격증을 발급하고 있으나 공인된 것은 아니다.

미국도 국가 공인 PT 자격증은 없지만 일부 협회가 자격 시험을 일정 수준으로 통제한다. 미국스포츠의학회(ACSM) 미국운동협회(ACE)의 PT 자격증은 준 국가공인으로 인정받는다. 미국 국립운동스포츠지도자협회(NESTA)가 발급하는 초급 PT 자격증은 한국에서도 응시할 수 있다. 합격률은 50∼60%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