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 유령’
◆ 오페라의 유령 〈KBS 2 밤 11:05〉
선율은 한 번쯤 들어 봤겠지만 ‘오페라의 유령’을 뮤지컬로 제대로 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영화 ‘오페라의 유령’은 뮤지컬의 원안을 거의 그대로 스크린에 복원했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직접 음악을 감독하고 세트 미술도 모두 오리지널 팀에서 맡았다니 무대 위에서 실연되는 뮤지컬을 고스란히 카메라로 촬영한 수준에 가깝다. 그러니 영화는 일단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전모가 궁금한 관객과, 이미 그 작품에 매료된 관객들의 애정을 확인시켜준다.
때는 1860년대 파리. 오페라 ‘한니발’의 공연 준비가 한창일 즈음 사고가 나고 그로 인해 프리마돈나가 교체된다. ‘오페라의 유령’의 짓이라는 흉흉한 소문과 함께 새로운 프리마돈나가 탄생하는데 바로 크리스틴이다. 영혼을 요구하는 악마처럼 점점 크리스틴을 독점하고자 하는 유령. 하지만 크리스틴은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면서 유령의 존재를 점차 잊게 된다.
‘오페라의 유령’은 일차적으로는 삼각관계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애정드라마이지만 예술적 재능의 발견, 그리고 사랑과 집착, 소유와 같은 인생의 본질에 대해 진지하게 묻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흑백먼지를 털어내고 극장이 총천연색으로 활기를 되찾는 장면은 영화적 표현만이 줄 수 있는 스펙터클이다. ‘배트맨’과 ‘폰 부스’ 등을 연출한 조엘 슈마허 감독은 청각적 매력에 화려한 시각적 즐거움을 보태는 데 성공하고 있다.
물론 원작의 아우라를 훼손하고 말았다는 혹평도 속출했다. 그럼에도 ‘사운드 오브 뮤직’이나 ‘왕과 나’와 같은 뮤지컬 영화를 좋아하는 시청자라면 꼭 챙겨볼 만하다. ★★★☆
◆ 나의 그리스식 웨딩 〈SBS 밤 11:55〉
저예산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독창적이고 개성적인 시나리오로 평단과 관객에게 호평을 받은 영화이다. 미국에 살고 있는 그리스인들의 이야기로, 그리스인 특유의 민족성과 개성을 코미디의 정서 속에 녹여 보여준다. 그리스적 기질을 고스란히 간직한 여자가 그리스인이 아닌 미국인 남자를 만나 그리스 식으로 결혼하는 과정의 해프닝은 최근 영화에서 보기 드문 따뜻한 유머를 선사한다.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
강유정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