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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의술’ 대체의학을 해부한다]암의 대체의학 치료

입력 | 2005-10-31 03:04:00

40대 남성 암 환자가 대체의학 치료의 일종인 가족치료를 받고 있다. 이병욱 교수의 ‘처방’에 따라 환자가 아내를 껴안고 있다. 가족요법은 가족 간의 사랑을 북돋움으로써 체내의 면역력을 강화해 암세포와 싸우는 보완대체의학의 한 부분이다. 사진 제공 강남차병원


28일 서울 강남 차병원 암대체요법클리닉.

40대 간암 말기 환자 A 씨가 진료를 받고 있었다. 주치의 이병욱 교수가 A 씨에게 주문을 한다. “자, 이제 웃어 보세요.”

A 씨가 어색한 미소만 짓자 이 교수는 “더 크게 웃어라”고 말한다. 이 교수는 A 씨가 맘껏 웃을 수 있도록 유머 몇 토막을 들려 준다. 마침내 A 씨는 박장대소한다. 눈물이 찔끔거릴 정도로….

이 교수가 이번엔 다른 주문을 한다. “아내를 안으세요. 사랑한다는 말도 하세요.”

A 씨가 아내를 힘껏 안는다. 서로의 고통을 느껴서일까. A 씨와 부인 모두의 눈에 살짝 눈물이 맺힌다.

A 씨는 3년 전 간암 4기 진단을 받았다. 당시 의사는 2, 3개월을 넘기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A 씨는 지금 3년째 정상 생활을 하고 있다. 물론 암세포 자체가 없어진 것은 아니다. 이 교수는 “면역력이 강해졌기 때문에 정상 생활이 가능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의 또 다른 치료 사례를 보자. 40대 주부 B 씨는 유방의 암세포가 간으로 전이돼 2개월의 시한부인생 선고를 받았다. 그러나 4개월간의 치료 끝에 정상 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증상이 호전됐다.

40대 후반의 전직 교사 C 씨는 위암 수술을 끝낸 뒤 구토와 복부 통증 때문에 고통이 컸다. 그러나 2개월간 치료를 받은 후 역시 정상 생활이 가능해졌다.

이처럼 이 교수는 보완대체의학으로 암을 고치는 ‘명의’로 소문나 있다. 그러나 이 교수는 보완대체의학이 만능이 아니란 점을 강조한다. 암을 이길 수 있다는 환자의 의지가 강해야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원래 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외과 의사였다. 10여 년간 1만 명의 암 환자를 치료했다. 그러는 동안 육체뿐 아니라 마음까지 피폐해져 삶의 의욕을 잃은 환자를 많이 봤다. 현대의학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절감했다. 환자가 편안해지고 병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면 어떤 치료법이든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보완대체의학을 선택했다.

그의 ‘철학’을 들어 보자.

우선 현대의학을 부정하지 않는다. 수술이나 약물, 또는 방사선 치료도 그대로 따르는 것이 좋다. 또 현재 환자가 현대의학 치료를 받고 있다면 굳이 중단하지 말 것을 권한다.

둘째, 면역력을 증대시키기 위한 방법을 통합적으로 적용한다. 면역체계의 기능이 떨어졌기 때문에 암이 발생한다는 생각에서다. A 씨의 경우 ‘미슬토’란 겨우살이 나무로부터 추출한 성분을 이용한 생약요법을 시행했다. 웃음치료 역시 면역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법이다. 면역요법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맞춤형’으로 재단된다.

셋째, 가능한 모든 요법을 활용해야 한다. 먹는 것을 조절하는 식이 및 영양요법, 스스로 마음을 가다듬는 정신요법, 요가 태극권 등 심신을 다스리는 운동요법, 긍정적 자세를 갖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생활요법, 기도하고 용서하는 경건요법,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하는 예술요법, 놀면서 자연치유력을 키우는 휴식요법, 봉사활동을 통해 삶을 충만하게 하는 봉사요법 등이 대표적이다.

넷째, 가족이 함께 치료를 받아야 한다. 암 환자가 있는 가족도 ‘준(準)암 환자’라는 게 이 교수의 견해다. 사랑은 가장 효과가 큰 치료제다. 이 교수는 암세포도 사랑하라고 말한다. 암세포와 싸워서 이기려고 하면 암세포가 스스로 보호벽을 구축해 치료하기가 더 어렵다는 것. 요컨대 암세포를 달래면서 함께 살아가라는 얘기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