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의 외무·국방장관이 그제 워싱턴에서 주일미군 재편에 관해 합의했다. 미국 본토에 있는 미육군 1군단사령부를 통합작전사령부(UEx)로 개편해 일본으로 이전하고, 주일미군과 일본 자위대를 통합 운영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이로써 두 나라는 동맹관계를 한 단계 격상시키는 윈윈의 결과를 얻었다.
강화된 미일동맹을 보면서 한미동맹의 불안한 현주소를 돌아보게 된다. 미국에서 한미관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는데도 우리 정부는 ‘이상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논란이 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만 해도 그렇다. 21일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양측은 협의를 ‘적절하게 가속화’하기로 정리했다. 우리 군의 독자방어력 강화와 북한과의 군사대화 진척 상황을 봐 가며 판단하자는 의미였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 고위 당국자는 28일 “환수 시기는 2015년보다 앞당겨질 것”이라고 공언했다. 미국 측이 ‘협의’에 동의하자마자 기한부터 못 박는 것은 상대를 고려하는 태도가 아니다.
또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는 여전히 모호한 상태다. 주한미군을 다른 분쟁지역에 투입할 수 있다는 ‘전략적 유연성’은 미국의 해외 주둔 미군 재배치 계획(GPR)의 전제가 되는 개념이다. 하지만 중국 등과의 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얼마 전 “한국 측 입장이 관철돼 가고 있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한미 간에 논의가 어떻게 진전됐는지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
한미동맹의 근본 문제는 동맹의 미래 청사진에 대한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현안들을 개별 사안으로 다뤄 온 데 있다. 미일이 장기 비전을 공유하면서 주일미군 재편 협상을 성공으로 이끈 것과 대조적이다. 한미동맹에는 짙은 안개가 깔려 있고, 노 정부는 국민의 부담 능력을 제대로 따지지 않은 채 ‘자주국방’을 외치니 국민의 안보 불안이 해소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