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경쟁법 사건’으로 불리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사건이 한국에서도 재연될까.
11월 2일 열리는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에서 MS의 ‘끼워 팔기’ 사건에 대한 결론이 어떻게 날지 주목된다.
공정위가 전원회의에 상정한 것 자체가 제재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이에 대해 MS 본사는 “한국 시장에서 윈도 사업을 철수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미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하는 등 양측의 ‘기 싸움’도 치열하다.
이 사건은 2001년 다음커뮤니케이션이 메신저를 윈도XP에 끼워 판 MS를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신고하면서 시작됐다. 지난해 미국 리얼네트워크스사도 MS가 미디어 서버 및 미디어플레이어 프로그램을 결합 판매했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최근 리얼네트워크스는 MS로부터 7억6100만 달러를 받고 신고를 취하했다. MS는 다음에 대해서도 거액의 합의금을 제시하며 화해를 시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신고 취하와 관계없이 소비자 후생과 국민경제 발전 차원에서 끝까지 심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MS와 공정위의 주장은 ‘기술 발전에 따른 기능 통합인가, 시장 지배력을 이용한 끼워 팔기인가’로 요약된다.
공정위 사무처는 MS가 컴퓨터 운영체제 시장의 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다른 프로그램을 끼워 팔아 다른 업체들이 프로그램을 개발 판매하는 것을 방해한다고 본다.
반면 MS는 자연스러운 기능 통합이며 소비자 편의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과거엔 별도로 팔리던 에어컨이 자동차에 장착되고 플래시가 카메라에 부가된 것처럼 윈도에 인터넷 기능이 추가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얘기다.
1990년대 후반 세계 정보기술 업계를 달구었던 MS의 독점금지법 위반 사건은 미국에서는 법무부와 MS의 합의로 일단락됐다. 유럽연합에서는 미디어플레이어 분리 판매와 4억9700만 유로의 벌금이 결정됐으나 MS가 취소 소송을 내 현재 법원에 계류 중이다.
만일 공정위가 시정조치를 내리고 MS가 불복해 소송을 낸다면 한국에서도 오랜 기간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더 편리한 기술, 더 넓은 시장을 추구하는 기업과 경쟁 및 시장 질서를 지키려는 당국의 논쟁이 어떻게 될지, 초대형 다국적기업에 대한 한국 경쟁당국의 결정이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다.
2일에는 또 방사성폐기물처리장 유치를 신청한 경북 포항시와 경주시, 영덕군, 전북 군산시 등 4개 지역에서 주민투표가 실시된다.
찬성률이 가장 높은 지역이 방폐장을 유치하게 되지만 벌써 지역 간 고소 고발, 불법선거 시비 등이 일고 있어 후유증이 우려된다.
신연수 경제부 차장 ys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