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와 함께 한국 모더니즘의 선구자이자 추상미술 1세대인 유영국(1916∼2002) 화백의 3주기를 기려 그의 미공개 드로잉을 모은 전시가 4∼27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유 화백은 다른 종이에 스케치를 한 후 캔버스에 옮기는 방식이 아니라 화면에 밑그림 없이 직접 그리는 방식으로 작업했기 때문에 드로잉이 많지 않다.
아들 유건(홍익대 건축도시 대학원 부교수) 씨조차 “돌아가시고 난 후에야 드로잉 작품이 있다는 것을 알았을 정도”라고 했다. 유영국미술문화재단이 현재까지 파악한 드로잉은 모두 60여 점가량. 이중 1950년대 후반∼1970년대 후반 것으로 추정되는 25점을 추려 출품한다.
평생 ‘산(山)’을 소재로 원색 추상을 그려 온 고인이 수첩이나 스케치북에 그린 드로잉들은 유화에서 보여 온 화려한 색보다는 산과 골짜기를 삼각형, 직선으로 단순화하면서 화면의 구조와 절대적, 기하학적 구성을 위해 얼마나 몰두했는지를 느낄 수 있다. 특히 1960년대 추상 표현주의적 유화작품들을 구상하면서 그린 것으로 보이는 펜 드로잉들에서는 절정기를 맞은 작가의 격렬한 필치가 느껴진다. 전시되는 작품은 모두 비매품이다. 02-720-1020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