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혁진 기진우 송승면 씨(왼쪽에서 두 번째부터)는 장애인 온라인 창업스쿨 ‘나의 왼발’ 동기생이다. 이 ‘3총사’가 최근 공동 사무실을 내고 여성 부츠 등 잡화를 온라인으로 팔기 시작했다. 동기생 이현상(왼쪽) 씨가 함께 포즈를 취했다. 권주훈 기자
“저는 다리가 성해서 물건 받아오는 일을 전담하고 있어요.”(송승면 씨·38·시각장애 6급)
“걷지는 못하지만 말을 잘하고 목소리도 좋대요. 고객 상담은 제 몫이죠.”(이혁진 씨·44·지체장애 1급)
지난달 31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의 4평 남짓한 사무실.
디지털카메라와 조명기구, 컴퓨터 3대가 놓여 있는 작은 사무실에 ‘온라인 거상(巨商)’을 꿈꾸는 장애인 3명이 모였다. 이들은 온라인 장터 옥션이 운영하는 장애인 온라인 창업스쿨 ‘나의 왼발’의 동기생. 인터넷 판매사업을 본격적으로 하자고 의기투합해 공동 사무실을 열었다.
교통사고로 두 다리가 불편한 기진우(40·지체장애 3급) 씨는 “혼자 창업하기가 힘에 부쳐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이 힘을 모아 9월 말 사무실을 마련했다”며 “출퇴근할 수 있는 직장이 생겨 좋다”고 활짝 웃었다.
○ 편견 딛고 온라인 거상 꿈꾼다
“27세 때 다니던 공장에서 허리를 다쳐 하반신이 마비됐어요. 사무직으로 옮겼지만 회사가 어려울 때마다 ‘퇴출대상 1호’라는 불안감에 시달렸지요.”
휠체어에 의존하는 이 씨가 인터넷 창업을 한 이유는 간단하다. 휠체어를 타도 평생직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씨는 건강관련 제품에 관심이 많아 ‘이케어(e-Care)’라는 건강 브랜드도 만들었다.
기 씨는 한때 직원 15명을 둔 어엿한 제조업체 사장이었다. 하지만 1993년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다치면서 사업을 접었다.
그는 여성 잡화 브랜드 ‘지누시’를 만들고 부츠 등을 팔고 있다.
송 씨는 오른쪽 눈이 나빠 시각장애 6급 판정을 받았지만 장애 정도가 심하지 않아 동료들이 팔 물건을 받아오는 등 힘든 일을 도맡아 한다.
○ 장애인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
창업하기까지의 과정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경제적으로 넉넉한 형편이 아닌 데다 장애를 이유로 물건을 대 주지 못하겠다는 제조업체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은 “희망이 있으면 모진 일을 겪어도 견딜 수 있다”고 말한다.
눈물겨운 노력은 결실로 이어졌다. 이들의 사연을 전해들은 한 기업인이 사무실을 마련해 주고, 물건을 대 주겠다는 제조업체도 나타나 10월 초부터 인터넷 판매를 시작했다.
기 씨는 “사업에 성공해서 장애인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하고 싶다”며 “장애인을 위한 창업 스터디 그룹을 만드는 게 우리들의 꿈”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