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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허브 환자등록 “치료 아닌 연구가 목적인데…”

입력 | 2005-11-02 03:08:00

세계줄기세포허브가 1일 파킨슨병과 척수손상 환자를 대상으로 등록 서류를 접수하기 시작했다. 한 살 때 교통사고로 다리가 마비된 최은진 양(왼쪽)이 아버지가 환자 등록 서류를 작성하는 동안 밝은 표정으로 휠체어에 앉아 있다. 강병기 기자


“이제 치료제가 나오는 겁니까?”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내 세계줄기세포허브가 1일 척수손상과 파킨슨병 환자의 접수를 시작한 지 하루 만에 등록 환자가 3500명을 넘었다.

최모(48) 씨는 척수손상으로 다리가 마비된 11세의 딸과 함께 전북 군산시에서 오전 6시 첫차를 타고 상경했다. 최 씨는 “딸이 한 살 때 교통사고로 다리가 마비됐다”며 “그동안 포기했는데 줄기세포로 치료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등록하러 왔다”고 말했다.

허브는 최 씨와 같은 소망을 가진 환자와 가족들로 온종일 북적였다. 15평 남짓한 등록실은 몰려드는 환자들을 모두 수용하기에는 턱없이 비좁았다.

일부 환자는 오전 5시부터 건물 앞에서 등록 개시를 기다리기도 했다.

이날 오후 6시 현재 500명의 환자와 보호자가 허브를 찾아와 등록서류를 제출했다. 또 e메일을 통해 2500명, 팩스를 통해 350명, 전화로 150명이 등록을 신청했다. 허브 홈페이지는 접속자가 폭주해 이날 서버가 두 차례나 먹통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환자의 상당수가 환자 모집이 치료가 아니라 연구 목적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실망하는 눈치였다.

2003년 파킨슨병 환자로 진단받은 김모(66·여·서울 금천구 독산동) 씨는 “다른 환자에 비해 손 떨리는 증상이 약해서 임상에서 제외될 것이 걱정”이라며 “조만간에 치료제가 나오지 않겠느냐”며 기대에 차 있었다.

그러나 곧 “연구 목적이기 때문에 줄기세포 치료는 하지 않는다”는 간호사의 설명에 낙담하며 돌아갔다.

또 강모(70·경기 안양시 동안구 평촌동) 씨도 루게릭병에 걸린 아들(35) 대신 신청하러 왔다가 “이번 서류 등록 접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허브의 연구책임자인 서울대 의대 안규리(安圭里·신장내과) 교수는 “환자의 고통이 큰 만큼 기대도 큰 것 같다”며 “그러나 이번 연구는 임상시험의 전 단계로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환자에게 일일이 취지를 설명해 실망하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다”며 “실제 환자 치료에 이용되기까지는 5년이 걸릴지 10년이 걸릴지 아직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허브의 이번 환자 등록에 대해 일부에서는 “너무 성급한 것 아니냐”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난자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환자 등록 신청부터 받는 것은 앞뒤가 바뀌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허브 측은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난자가 없어 연구가 진행되지 못할 때 환자는 더 큰 절망에 빠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허브 측도 현재 연구 용량은 일주일에 2개 정도에 불과하다고 밝히고 있다. 즉 난자가 확보되고 배아줄기세포를 만든다 해도 일주일에 2명분만 연구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허브에는 1만 명 이상의 환자 등록이 예상되지만 최종 선택은 십수 명에 불과하다는 것.

아직 조직 정비도 끝내지 않고 문을 연 지 보름도 안 된 시점에서 환자 등록 신청을 받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허브는 총 4개의 부서로 구성돼 있다. 이 중 핵심 부서인 연구개발부와 실험부는 아직 연구원도 채용하지 못한 상태다. 또 아직까지 허브에 책정된 예산은 한 푼도 없다. 서울대병원의 예산 일부를 빌려 쓰고 있는 형편이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