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누고 가는 새
임길택
물들어가는 앞산바라기 하며
마루에 앉아 있노라니
날아가던 새 한 마리
마당에 똥 싸며 지나갔다.
무슨 그리 급한 일 있나
처음엔 웃고 말았는데
허허 웃고만 말았는데.
여기저기 구르는 돌을 주워 쌓아
울타리 된 곳을
이제껏 당신 마당이라 여겼건만
오늘에야 다시 보니
산언덕 한 모퉁이에 지나지 않았다.
떠나가는 곳 미처 물을 틈도 없이
지나가는 자리마저 지워버리고 가버린 새
금 그을 줄 모르고 사는
그 새.
- 시집 ‘똥 누고 가는 새’(실천문학사) 중에서
저, 저 버릇없는 새 같으니라고. 햇싸리비로 말끔히 쓸어놓은 마당에 물찌똥을 찍 갈기며 가다니. 때마침 빨래 걷고 묵나물 멍석 걷었으니 망정이지. 아니 그보다 지나가던 개미라도 맞았으면 큰일 아닌가? 아무리 급해도 날 땐 날고, 쌀 땐 싸는 버릇을 길들이게. 경계 없이 자취 없이 훨훨 날아가는 그 경지도 보통은 아니나 너무 재재거리지 말게. 자네가 궁극 내려앉는 곳이 경계일 테니. 누군들 경계에 갇히고 싶겠나. 정성껏 땅금 그어 밭두렁 세우고, 논두렁 돋우고, 울타리 치는 우리도 날고 싶은 맘이야 굴뚝일세. 자네 날개 없는 굴뚝이 얼마나 날고 싶은 줄 아는가?
시인 반칠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