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은 지 10년이 되었다. 지방자치단체의 활동이 늘면서 외교도 예외가 아닌 듯하다. 외교란 기본적으로 국가 간의 일이지만 세계화 시대에 사실상 지자체들이 벌이는 외교가 국가 외교를 실질적으로 보완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세계화가 곧 지방화이기도 하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는 17개국의 21개 지역과 자매결연을 하고 있는데, 교류의 내용이 실질적이다. 올해로 15년째 상호 교류를 해 오고 있는 가나가와 현(일본의 경기도에 해당)의 미쓰이케공원에는 경기도가 만들어 준 한국 정원이 들어서 있다. 선비의 흥취가 물씬한 한국 전통 정원은 한일의 근린 관계를 잘 보여 주고 있다.
4월 독도 문제와 교과서 문제로 한일 관계가 최악의 상황이었음에도 두 지역의 교류는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다. 당시 경기도의 국제 행사에 주빈으로 초청됐던 가나가와 현 지사는 방한을 놓고 고민했다고 한다. 본국에서 반한 감정이 들끓을 때 방한을 결심한 일본 정치인의 용기도 돋보이지만 양국 관계가 살얼음판 같던 시기에 한국 국민의 감정을 달래 줌으로써 양국 국민의 상호 우의와 존중은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중국은 광둥 성, 산둥 성 등 여러 지역이 경기도와 우호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광둥 성의 한국 정원이 곧 공개되면 많은 중국인이 한국의 전통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지자체가 외국의 상대 지역과 문화적 교류와 우호 증진을 활발히 함으로써 그 나라에 주재하고 있는 대사관과 외교관들이 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각 지자체는 공무원 교환 근무, 중고교 학생 교류 지원, 관광 교류, 통상촉진단 교환 등의 분야에서 상대 지자체와 교류 활동을 추진해 오고 있다.
인도적인 활동에서도 지자체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지진해일(쓰나미)과 허리케인 등 의 자연 재해에서 보듯 여러 지자체에서 정부의 활동이 미치지 않는 곳에까지 구조단이나 위문단을 파견하는 등 민간 외교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다.
많은 지자체가 자매결연 등 대외관계를 강화한다고 외국에 나가는 것이 얼핏 보면 낭비로 보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통상이나 투자 유치활동 또는 문화 교류를 겸한 지역 간 우호협력 증진은 중앙정부 단독으로 하기가 어려운 만큼 지자체들이 좀 더 실질적인 교류 활동을 해나간다면 국익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정달호 경기도 국제관계자문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