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주훈 기자
《“적립식 펀드는 연금과 마찬가지입니다. 노후 대비를 위한 재테크 기법이죠. 그런데 소액을 투자하는 새로운 상품쯤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한국펀드평가 우재룡 사장은 ‘펀드 전도사’로 통한다. 최근 적립식 펀드가 큰 인기를 얻고 있지만 그는 아직 아쉬운 점이 많다는 반응이다. 예전보다 장기 투자 풍토가 생겼다고는 해도 펀드 계약기간은 대부분 3∼5년이다. 외국처럼 평생 투자해 그 돈을 노후자금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펀드 투자가 일반화된 시대, 올바른 투자기법은 무엇일까.》
○주식형 펀드에 장기 투자하라
“연금만으로는 확실한 노후 대비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은퇴 후 생활에 대비하려면 주식형 펀드에 매달 60만∼100만 원을 넣어야 합니다.” 우 사장이 꼽은 펀드 투자의 제1원칙이다.
선진국에서는 취직 후부터 60세가 될 때까지 연금을 통해 금융 자산의 60∼80%를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는 게 일반적이다. 연금을 중도에 해약하면 공제받은 세금을 물어내야 돼 쉽사리 해약을 못한다.
“이처럼 노후 대비는 강제적으로 해야 사회적 비용이 적게 듭니다.”
말이 쉬워 100만 원이지, 자녀 사교육비에다 오르는 물가까지 감안하면 매달 적립하기엔 부담되는 금액이다. 우 사장은 “처음엔 큰돈이지만 5년만 참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72법칙’이라는 게 있다. 72를 연간 수익률로 나눴을 때 나오는 수치가 투자원금이 2배로 불어나는 데 걸리는 기간이다. 100만 원을 투자해 연 10%의 수익을 올린다면 7.2년 후에 200만 원이 된다는 뜻이다. 연평균 임금상승률을 7%로 보고 72법칙을 적용하면 현재의 100만 원은 대략 10년 뒤의 200만 원과 같다. 따라서 10년 후 100만 원을 투자하는 건 지금의 돈 가치로 50만 원을 투자한다는 뜻이다.
우 사장은 “매달 100만 원을 넣더라도 10년 뒤에는 50만 원, 20년 뒤에는 25만 원을 넣는 셈”이라고 말했다.
○펀드 가입은 이를수록 좋다
주가가 오르면서 펀드 가입 시기를 놓고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 우 사장은 “시기를 불문하고 무조건 가입하라”고 권한다.
가입 후 주가가 떨어지면 매달 일정액을 넣으며 오르기를 기다리면 된다. 주가가 떨어지면 펀드가 살 수 있는 종목 수가 늘어 평균 매입단가는 낮아진다. 주가가 원래 자리만 찾더라도 평가수익률은 높아진다는 것.
반대로 가입한 뒤에 주가가 계속 오르면 수익이 나는 건 당연하다. 펀드에 가입할 때는 과거 3년간 수익률을 따져 상위 30% 이내에 드는 상품을 고르는 게 좋다. 운용 기간이 짧은 펀드는 상품을 설계한 회사의 다른 펀드를 살펴봐야 한다.
월 100만 원을 넣는다면 가치주 펀드에 50만 원, 배당주 펀드에 30만 원, 중소형주 펀드에 20만 원 등으로 안정 성향 펀드에 80%, 공격 성향 펀드에 20%의 비중으로 나눠 투자하라고 그는 조언했다.
또 목돈이 있더라도 거치식이 아니라 적립식 펀드에 넣으라는 것. 남는 돈은 머니마켓펀드(MMF)나 자산관리계좌(CMA)에 넣어 두는 게 위험이 적다는 설명이다.
“태어날 때는 자신만 울고 주위 사람은 모두 흐뭇한 표정을 짓습니다. 죽을 때는 거꾸로 돼야죠. 자녀에게는 부담 안 주고 자신은 누릴 만큼 누린 뒤 흐뭇하게 죽어야죠. 주위 사람이 아쉬움의 눈물을 흘리게 해야죠.”
▼우재룡 사장은… ▼
△1961년생 △연세대 경영학과 졸, 경영학 박사 △1989∼1996년 대한투자신탁(현 대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 △1997∼1999년 투자신탁협회(현 자산운용협회) 기획팀장, 조사팀장, 선임연구원, 국민연금 자산운용시스템 자문위원 △1999년 8월∼현재 한국펀드평가 대표이사 사장 △2001년∼현재 한국재무관리학회 상임이사 △2002년 국제공인재무설계사(CFP) 자격증 국내 도입 때 퇴직설계 투자설계 담당 △2002년∼현재 정보통신부 노동부 문화관광부 등 각종 기금의 자문 및 운용위원 △‘긴 인생, 당당한 노후’ 등 저서 다수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