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男들은 모르는 ‘일하는 엄마 맘’…‘워킹 맘’이 해결사

입력 | 2005-11-03 03:08:00


“출산휴가 급여는 휴가가 끝난 후 6개월 이내에 신청해야 돼요. 필요한 서류는….”

“아기 보는 아주머니를 구할 때는 구(區)마다 있는 고용안정센터에 연락하면 되고요, 이런 점을 따져보세요….”

아이를 둔 LG그룹 여직원들은 돌잔치 준비 방법이나 출산휴가 절차 등 육아와 관련된 각종 정보를 회사에서 얻는다.

감기에 걸려 열이 나는 아이를 뒤로한 채 출근한 뒤 마음을 달래며 위로받는 곳도 회사다.

일하는 엄마들로 구성된 사내(社內) 온라인 커뮤니티 ‘워킹맘’이 있는 덕분이다. 올해 9월 개설된 ‘워킹맘’은 두 달 만에 회원이 100명으로 늘어나는 등 호응을 얻고 있다.

LG그룹 전체 직원 7만5000명(정규직) 가운데 여성은 1만3000여 명(17.3%)으로 회원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두 아이의 엄마로서 커뮤니티를 개설한 김선영(32·서브원) 대리는 “실제 겪어 보지 않고서는 이해하지 못하는 엄마들의 속사정을 털어놓으며 당당하고 행복한 엄마가 되자는 생각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 “일과 육아, 지혜를 모으니 길이 보여요”

‘워킹맘’ 홈페이지에는 △육아정보 △수다판 △생활의 지혜 △엄마랑 아기랑 사진 보기 등의 코너가 있다.

회원들은 여기에서 어린이집 소개, 일하면서 아이 챙기는 방법, 남편의 협조를 유도하는 방법 등 다양한 정보를 나눈다. 특히 육아정보 코너에는 출산휴가 신청서 양식을 비롯해 출산휴가 급여 신청 방법과 시기 등이 자세하게 나와 있다. 김 대리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올렸다.

“출산휴가를 가려면 회사 담당자를 찾는 것부터 시작해, 준비해야 할 서류도 많고 신청 절차도 복잡해요. 저는 한참 헤맸지만 다른 사람도 똑같은 과정을 겪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덕분에 예비 엄마들은 출산휴가와 관련된 업무를 짧은 시간에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시간 낭비를 없앤 덕분에 업무 효율도 높아졌다는 것이 ‘워킹맘’들의 평가다.

일상에서 겪는 문제에 대해 함께 해법을 찾기도 한다.

회식이나 업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늦게 퇴근할 때가 있지만 이로 인해 남편과 갈등을 겪는 경우가 많은 것이 엄연한 현실. 이금현(32·LG화학) 과장은 남편과 매주 회식 날짜와 워크숍 일정 등을 미리 확인하는 방법을 소개해 크게 환영받았다.


아이를 둔 LG그룹 여성 직원들이 사내 온라인 커뮤니티 ‘워킹맘’을 만들어 각종 육아정보를 공유하며 ‘일과 육아’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노하우를 쌓고 있다. 왼쪽부터 김선애 과장, 이혜영 씨, 이금현 과장, 박진영 과장, 김선영 대리. 이훈구 기자

○ “서로서로 멘터가 돼요”

아이를 둔 여성은 승진이나 연수 등 커리어 플랜을 짤 때도 아이의 성장 단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특수성 때문에 남자 선배에게서 얻는 정보는 한계가 있는 만큼 ‘워킹맘’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며 부족한 정보를 메우고 있다.

박진영(33·LG화학) 과장은 경력 관리를 고민하는 ‘워킹맘’ 후배와 대학원 진학 시기와 전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김선애(31·LG생명과학) 과장은 “같은 공간에서 비슷한 처지에 있는 엄마들과 함께한다는 그 자체가 마음에 큰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내년에 결혼을 앞둔 ‘예비 워킹맘’ 이혜영(28·서브원) 씨는 “결혼하면 곧바로 아이를 가질 예정인데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예습’하고 있다”면서 “일하는 엄마의 길을 가는 것에 조금씩 자신감이 생기고 있다”며 웃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