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레스트 검프
◆‘포레스트 검프’
아마도 오늘밤 이 영화를 선택한다면 ‘포레스트 검프’를 못 봤기 때문이라기보다 한 번 더 보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 ‘포레스트 검프’는 패러디된 영화만 해도 수십 편에 이르는, 너무나도 잘 알려진 영화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포레스트 검프’는 또 본다 해도 나름대로의 재미와 감동을 전해 준다. 적어도 투자한 시간과 노력에 대한 보답을 준다는 뜻. 물론 그렇다고 해서 ‘포레스트 검프’가 최고의 작품성과 인생에 대한 깊은 혜안을 보여 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중의 뇌리와 가슴에 오래도록 기억될 감동과 미덕을 골고루 갖춘 잘 만든 대중영화라고 할 수 있다.
행복과 우연, 현대사와 함께 질곡을 겪을 수밖에 없는 개인의 역사를 다루는 감독의 성찰은 유쾌하고 따뜻한 인생론과 함께 진행된다. 이를테면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아”와 같은 대사나 다리가 불편한 소년의 춤이 엘비스 프레슬리의 그 유명한 춤으로 인용되는 행복한 상상은 영화가 노리고 있는 공감의 코드를 잘 보여 준다.
‘포레스트 검프’는 미국의 현대사를 살아낸 수많은 미국인의 대명사이다. 지능지수 75 검프가 지나간 자리는 파란만장한 미국 역사의 마디마디와 중첩된다. 순수한 시선의 검프를 통해 추억된 미국의 현대사는 낭만적인 한때로 재편된 면도 없지 않다. 어쨌거나 과거 흑백 필름 안의 유명인사 곁에 검프를 집어넣는 컴퓨터그래픽 기술은 여전히 흥미로운 영화 기법으로 다가온다. 아카데미 감독상(로버트 저메키스)과 남우주연상(톰 행크스) 수상작. 원제 ‘Forrest Gump’(1994년). ★★★☆(만점 별 5개)
◆페이첵
중국의 우위썬 감독이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원작자인 필립 K 딕의 소설을 각색한 작품이다. 이 작품 역시 마이너리티 리포트처럼 미래에 대한 예견과 기억에 관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공학자 마이클 제닝스는 각종 회사의 프로젝트 작업 후 기밀 유지를 위해 머릿속 기억을 지워낸다. 3년간의 기억을 담보로 거액의 보수(페이첵)가 걸린 일을 선택한다. 주연 벤 애플렉, 우마 서먼. 원제 ‘Paycheck’(2003년). ★★★강유정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