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 이야기’는 10년째 아직도 진행 중이다. 1권에서 현재 13권까지 출판되었고 지금은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사람들이 어우러진 ‘사회’란 구성체를 좀 더 이해하기가 수월해진다.
요즘 우리 사회는 이념이나 세대, 단체마다 대립과 갈등이 혼란스럽다. 이순을 넘긴 나이라지만 사회를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로마인 이야기’는 사회 경험이 부족한 청소년들에게 국가, 종교, 정치 등을 망라한 전체를 설명하기에 적절한 책이 될 듯싶다.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과 지역을 초월하고 민족을 초월해서 사람들은 사회를 만들고, 변하면서 그 테두리 안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로마의 흥망성쇠를 보며 역사는 반복되면서 성장하고 있음을 잘 알게 될 것이다. 그럼, 작가 시오노 나나미는 왜 로마를 빌려 이야기를 풀어 갔을까. 그것은 글을 읽는 사람만이 찾을 수 있는 흥미로움이 아닐까.
작가는 지루할 것 같은 방대한 역사를 꼼꼼한 필체로 재미있고 친근감 있게 접근했다. 그 덕분에 책장을 넘길 때마다 내가 그 시대의 중심에 서 있는 것처럼 풍부한 상상을 하곤 한다. 아래는 책의 내용 중에서 일부를 노트에 적어 두고 상기해 보는 구절들이다.
‘지성에서는 그리스인보다 못하고, 체력에서는 켈트족(갈리아인)이나 게르만족보다 못하고, 기술력에서는 에트루리아인보다 못하고, 경제력에서는 카르타고인보다 뒤떨어졌던 로마인이 이들 민족보다 뛰어난 점은 무엇보다도 그들이 가지고 있던 개방적인 성향이 아닐까. 로마인의 진정한 자기정체성을 찾는다면, 그것이 바로 이 개방성이 아닐까.’(1권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중)
‘우리는 질박함 속에 미(美)를 사랑하며, 탐닉함이 없이 지(知)를 존중한다. 우리는 부를 추구하지만, 이것은 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함일 뿐, 어리석게도 부를 자랑하기 위함이 아니다. 또한 일신의 가난을 인정함을 수치로 여기지 않지만, 빈곤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함은 깊이 부끄러워한다.’(2권 ‘한니발 전쟁’ 중 페리클레스의 연설문)
‘첫째, 기존의 것이라도 사용할 수 있는 사물이나 체제는 그대로 활용한다. 둘째, 그대로는 불편한 사물이나 체제는 바람직한 사물이나 체제로 바꾸어 활용한다. 셋째, 그래도 불편이 많으면 새로 만들어 낸다. 이 경우에도 기존의 사물이나 체제를 파괴하지 않고 ‘새로 만든 것’과 공존시켜 ‘기존의 것’이 ‘새로 만든 것’에 인재나 에너지를 흡수당해 저절로 쇠퇴하기를 기다린다.’ (13권 ‘최후의 노력’ 중)
이 구절들은 앞서 말했던 대립과 갈등을 겪고 있는 인류사회의 문제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들은 순혈주의를 버리고 패자에게 관용을 베풀 줄 아는 정치를 하였고, 도시 한 곳을 건설하는 데도 미래를 계획하고 그것이 줄 영향을 입체적으로 봤으며 또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사고도 매우 합리적이었다.
그래서 미래의 세대들은 글로벌시대, 끊임없는 경쟁의 시대에 살고 있는 만큼 먼 옛날 로마인의 이야기로만 보지 말고,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복잡한 사회 모습과 비교해서 우리 것으로 재창조할 수 있는 장점들을 찾아 봤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배동만 제일기획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