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장밋빛 인생’에서 암으로 투병하는 맹순이를 열연하는 최진실 씨. 암 말기의 병색 짙은 환자로 분장하고 동생 맹영이의 약혼식장에 가는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한복을 곱게 차려 입었다. 신원건 기자
“거리에서 만나는 어른들이 따뜻하게 손을 잡아주시면서 죽지 말라고, 기도 많이 한다고 하셔요. 고맙습니다.”
최진실(崔眞實·37) 씨는 피로한 모습이었다. 3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 KBS2 수목드라마 ‘장밋빛 인생’의 촬영 현장에서 만난 그는 “섭섭하고 후련하다”고 했다. ‘장밋빛 인생’은 10일 끝난다.
“너무 재미있게 보는 만화책 다음 권 나오길 기다렸다가 볼 때 기분 아시죠. 그렇게 대본이 기다려졌거든요. 매번 다음 회 대본 받자마자 구석으로 가서 읽고, 울고….”
“너무나 잘 이해할 수 있고 너무나 많이 공감하고…. 저 혼자만 그런 건 아니겠지요. 한국에서 여자로 산다면 느끼는 거 아닐까요. 엄마한테 감사하면서도 왜 저렇게밖에 못 살까 하잖아요. 그런데 나이를 먹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살다 보니 엄마의 자리에 가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드라마는 결국 맹순이의 죽음으로 끝난다. 그는 “마음에 많은 물음이 있었는데 작품을 통해 마침표가 찍혔다”고 했다. “그동안 억누르고 참았는데 맹순이를 통해서 울 만큼 울었다”고도 했다.
그는 야구선수 조성민(32) 씨와 결혼했다가 지난해 이혼했다. ‘연하 남편과의 불화, 이혼 요구’라는 드라마 초반 설정을 두고 고민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피하지 않고 넘어야 할 산이라는 마음이 들었어요.”
촬영을 해 나가며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미움과 원망에 붙잡혀 있던 마음을 하나씩 내려놓기로 했다. “그러니까 맹순이가 채워진 것 같아요. 예전 이미지에만 급급했다면 벌거벗겨진 맹순이를 연기할 수 없었겠죠.”
그의 복귀에 반신반의하던 시청자들이 드라마 중반에 들어서자 힘내라고 북돋기 시작했다. 후반부에 들어와서는 “반성하는 남편을 받아주라고 토닥이는 시청자들이 많았다”며 웃었다.
“‘사람은 이불만 덮는 게 아니라 과거도 덮고 상처도 덮어야 하는 것 같다’는 대사를 욀 때는 울었습니다. 작가 선생님이 저한테 일부러 준 말 같았어요.”
마지막 촬영은 9일까지 계속된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