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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화제! 이사람]김응룡 삼성 라이온즈 사장

입력 | 2005-11-05 03:04:00

“사장 하니 편한데 그 힘든 감독을 왜 하나?” 김응룡 삼성 라이온즈 사장이 감독 시절의 고충을 말하며 털털한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권주훈 기자


“우∼ 동렬이도 없고, 우∼ 종범이도 없고.” 이 유행어를 처음 말한 사람이 김응룡(64) 삼성라이온즈 사장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에 빛나는 명장. 야구인 출신 첫 최고경영자(CEO). 사장 첫해인 올해 우승을 안은 복 많은 사람….

여기까진 김 사장의 겉모습이다. 그러나 뒤에 가려진 김 사장은 전혀 다른 사람일 때가 많다.

앞의 유행어도 자신이 한 말이 아니란 게 김 사장의 설명이다. 개그맨들이 그의 말투를 흉내내며 나온 것.

“난 원래 핑계 대는 성격이 아니야. 동렬이랑 종범이가 일본에 갔을 때 나도 속으론 ‘큰일났다’고 생각했지. 그래도 다른 선수들한텐 ‘걔들이 없어서 잘됐다. 니들이 잘하면 그 자리를 차지하는 거다’라고 얘기했어.”

사장으로 맞은 첫 우승의 감격이 가시기 전 그를 만나 솔직한 이야기들을 들어봤다.

▽사장이라 우승 부담이 없었다?=‘야구쟁이’라고 사장을 시켜놨는데 우승을 못하면 얼마나 망신이냐. 다른 구단 사장들이 “우승 많이 해보신 감독 출신이시니까 당연히 우승하셔야죠”라고 하는데 정말 부담됐다.

▽선동렬 감독에게 조언을 했다?=거짓말 같지만 올해 더그아웃에 한 번도 들어간 적이 없다. 나도 감독할 때 위에서 참견하는 거 엄청 싫었다. 공식 행사 말고는 선 감독 만난 적도 없다.

▽리더십이 뛰어나다?=리더십의 ‘리’자도 모른다. 다만 원칙이 있다. 선수들한테 거짓말하면 안 된다. 또 나 자신부터 실천해야 한다. 나는 술, 담배하면서 선수들 술, 담배 못하게 하면 안 된다. 야구 오래 하면서 그거 하나 배웠다.

▽삼성이 야구장 짓는다?=야구장 건설은 프로야구의 생사가 걸린 문제다. 야구장은 기업이 혼자 짓는 게 아니다. 축구장 봐라. 월드컵 때 국가가 돈 대서 얼마나 잘 지었나. 다행히 대구시 측에서 새 구장 건설에 긍정적이다. 정부가 도와주고, 대구시가 협조하고, 구단이 보조해 좋은 구장 지어야 한다. 3만 석 규모로 3, 4개 구장이 더 필요하다.

▽감독으로 컴백한다?=죽었다 깨어나도 감독은 안 한다. 사장 하니까 이렇게 편한데 그 힘든 걸 왜 하나. 앞으로 어린이들을 위한 팀을 만들고 싶다. 그래서 어린이들한테 또 야구를 배워야지, 허허.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김응룡 사장은

생년월일=1941년 9월 15일

출신교=부산상고-우석대

키, 몸무게=185cm, 95kg

경력=해태 감독(1983∼2000년), 삼성 감독(2001∼2004년), 삼성 사장(2004년∼ )

가족 관계=부인 최은원(64) 씨와 딸 혜성(32), 인성(30) 씨

주요경력 및 수상=1971년 국민훈장 석류장(제9회 아시아선수권대회 우승), 1977년 체육훈장 백마장(제3회 대륙간컵 세계야구선수권대회 우승), 프로야구 최우수 감독상 10회(해태 9회, 삼성 1회), 2004년 시드니 올림픽 동메달

감독 통산 성적=1463승 65무 1125패(승률 0.565)

선수 시절 성적=실업야구 홈런왕 2회(1965, 67년), 개인 통산 타율 0.307

별명=코끼리(한일은행 시절 우람한 덩치의 1루수로 공을 넙죽넙죽 잘 받는다고 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