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는 교원단체가 교원평가제에 대해 합의를 하지 못한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상 ‘판’을 깬 것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협상이 실패한 뒤 교육인적자원부와 교총 실무자들은 “전교조 내부 사정상 애초부터 합의할 수 없는데 그동안 쇼를 한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가장 큰 쟁점은 교원평가제안 자체보다 현행 근무평정제도. 전교조는 현행 근무평정제도는 교장 교감 승진을 위한 폐쇄적 평가제도라며 폐지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반면 간부 교원이 많은 교총은 근평을 유지해야 한다고 맞서다 막판에 ‘개선보완’ 쪽으로 한발 양보했다.
개선안에는 근평 결과를 피평가자가 열람할 수 있도록 현재 상대평가에다 절대평가를 일부 반영해 불만을 해소하기로 했다.
그러나 전교조는 ‘근평 개선보완’을 따내자 이미 의견 접근을 이룬 교원평가제에서 교장 교감 등 관리직의 평가 참여를 배제하고 교사와 학생만으로 실시하자고 말을 바꾸었다는 것.
그러자 교총도 “근평 개선안을 양보해줬는데 전교조가 수용할 수 없는 내용을 요구하면 우리도 평가제에 합의할 수 없다”고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이처럼 전교조가 협상을 뒤집은 데는 내부의 복잡한 계파 싸움이 작용했다는 중론이다. 철저한 대의원 중심 운영체제인 전교조는 범(汎) 이수일(李銖日) 위원장 지지파가 60%, 강경파인 원영만(元寧萬) 전임 위원장 지지파가 40%. 그러나 강경파 40%가 집행부를 계속 흔드는 바람에 어떤 합의안을 가져와도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추인받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한편 김진경(金津經) 대통령교육문화비서관이 3일 밤 실무협상이 열린 교육부를 찾아 전교조 대표에게 합의할 것을 설득하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관련 수업자료에 대한 청와대의 분위기를 전달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