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탐험을 한 단계 성숙시킨 ‘선구자’ 허영호 씨는 ‘어드벤처 그랜드 슬램(지구 3극점+세계 7대륙 최고봉 완등)’을 세계 최초로 달성한 주인공이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기자가 올해 2월 박영석 씨가 이끄는 북극점 원정대 대원으로 캐나다 최북단 이누이트(에스키모) 마을인 레졸루트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한국 화이바’라는 한글이 선명하게 적힌 썰매를 발견했다. 영하 40도∼영하 50도의 혹한에 얼마나 반가웠던지 감격의 눈물이 흘러 볼에 얼음이 매달릴 지경이었다.
이 썰매는 10년 전인 1995년 허영호(51·드림앤어드벤처 대표) 씨가 북극횡단에 성공할 때 사용했던 장비로 이누이트들이 아직도 쓰고 있던 것이었다.
허 씨는 높은 산을 오르는 수직 탐험과 혹한의 북극해와 남극대륙에 도전하는 수평 탐험을 결합시킨 최초의 한국 탐험가다.
1982년 첫 해외원정으로 마칼루봉(해발 8463m) 정상에 선 허영호는 이듬해 마나슬루(8156m)를 무산소로 등정했으며 1987년 12월 22일 세계 등반사상 3번째로 겨울철에 에베레스트(8850m) 등정에 성공하며 세계적 산악인 반열에 올랐다.
그는 이듬해인 1988년 돌연 북극 탐험의 전초기지인 레졸루트를 방문한다.
“모든 것이 새로운 체험을 하고 싶었다”는 게 그가 극지탐험에 나선 이유. 시행착오도 많았다. 사전 답사를 2번이나 했지만 그는 1990년과 1991년 두 차례 북극점에 도전해서 모두 실패했다. 1994년 대상지를 남극으로 바꿔 남극점 도달에 성공한 뒤 허 씨는 1995년 드디어 북극점을 밟는데 성공해 세계에서 3번째로 지구 3극점(에베레스트+남·북극점) 도달 기록을 세웠다.
이해 12월엔 남극대륙 최고봉 빈슨매시프(4897m)에 올라 세계 7대륙 최고봉 완등자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세계 7대륙 최고봉과 지구 3극점을 동시에 달성하는 세계 탐험계의 의미 있는 기록인 이른바 ‘어드벤처 그랜드슬램’을 세계 최초로 달성한 것.
허 씨는 최근 이틀에 한 번꼴로 요청이 들어오는 각종 강의로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는 “저는 아직 현역입니다, 올해도 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5963m)에 다녀왔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초경량비행기(ULM)로 세계 일주에 나설 계획을 갖고 있다.
전 창 기자 jeon@donga.com
▼허영호는 누구?▼
○생년월일 : 1954년 4월 16일
○신체조건 : 172cm, 72kg
○출신학교 : 제천고-청주대 체육교육학과 졸업-고려대 자연자원대학원 최고위과정 수료
○해외원정 시작: 1982년 5월 네팔 히말라야 마칼루(해발 8463m) 등정
○어드벤처 그랜드슬램(지극 3극점+세계 7대륙봉 완등) 세계 최초 달성
-지구 3극점 : 에베레스트(8850m·1987년 12월 22일 등정) 남극점(1994년 1월 10일 도달) 북극점(1995년 5월 7일 도달)
-세계 7대륙 최고봉: 1987년 12월 22일 에베레스트~1995년 12월 11일 남극대륙 최고봉 빈슨매시프(4897m)
○히말라야 8000m급 등정 : 마칼루(1982년), 마나슬루(8156m·1983년 무산소 등정) 에베레스트(1987년, 1993년), 초오유(8201m·1997년)
○가족사항 : 아내 이영옥(45) 씨와 아들 재석(21), 딸 정윤(15)
○좋아하는 음식 : '누룽지 라면탕'
○주요 수상경력 : 체육훈장 기린장(1982년), 거상장(1988년), 맹호장(1991년), 청룡장(1996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