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말에는 뭔가 치밀한 의도가 있다. 그는 자기 팀 선수들의 의욕은 북돋우고 상대 선수들은 불안하게 하는 데 능숙하다.
그는 인터뷰에서 “우리 팀은 리더가 없다”고 한탄했는데 이 때문인지 맨체스터 선수들은 7일 첼시와의 경기에서 앞 다투어 리더 역할을 보여 줬다. 맨체스터는 이날 올 시즌 어떤 경기에서보다도 더 강렬한 열정과 집중력을 선보였다.
리오 퍼디낸드는 그간 보기 힘들었던 침착함과 결단력을 자랑했고 대런 플레처는 익숙지 않은 포지션인 오른쪽 윙으로 출전했지만 시종 열심히 뛰었다. 웨인 루니의 플레이는 여전히 힘이 넘쳤다.
물론 경기 전반의 리드는 플레처가 절묘하게 꺾어 넣은 헤딩골 덕분이었다. 하지만 플레처보다도 앨런 스미스가 더 칭찬받아 마땅하다. 스미스는 이날 최고의 승부욕과 부지런함을 보여 줬다. 첼시는 맨체스터의 빠른 압박 수비에 당황했다.
박지성은 후반 37분에야 뤼트 반 니스텔로이와 교체돼 그라운드에 나섰지만 짧은 시간임에도 그의 압박과 태클은 팀에 강력한 활력소가 됐다.
이로써 첼시의 호세 무리뉴 감독은 프리미어리그 40경기 무패 행진에 마침내 종지부를 찍었다. 물론 첼시는 챔피언의 기운을 가지고 있었고 후반 들어 강력하게 맨체스터를 압박했지만 동점골은 결국 터지지 않았다.
퍼거슨 감독이 선수들이 미들즈브러와 릴 전에서 보여 줬던 우울한 모습에서 벗어나 활기찬 경기로 되살아난 것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맨체스터는 오늘 위엄을 과시했다. 오늘 ‘최고의 선수’는 바로 우리 팀”이라고 말했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챔피언은 이미 결정됐다’는 우리의 기존 생각은 틀릴 수도 있다. 놀랍게도 ‘다크호스’ 위건 애슬레틱이 승점 6점 차로 첼시를 뒤쫓고 있다.
만약 첼시에 승점 10점이나 뒤진 맨체스터가 이날 경기에서 선보였던 조직력, 열정 그리고 ‘킬러 본능’을 계속 보여 주기만 한다면 앞으로의 전투는 환상적일 것이다.
롭 와이트먼 잉글랜드 축구전문기자 rob.wightman@ntlworld.com
▼12분 뛴 박지성 공격포인트 없었지만 팀에 활력▼
한국인 첫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거 박지성(24)의 소속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첼시의 무패 행진을 41번째 경기에서 저지했다.
맨체스터는 7일 홈구장인 올드트래퍼드에서 열린 2005∼2006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전반 31분 대런 플레처의 헤딩골로 첼시를 1-0으로 이겼다. 이로써 첼시는 지난 시즌부터 이어 오던 프리미어리그 무패 행진을 40경기에서 멈추며 올 시즌 10승 1무 1패를 기록했다. 박지성은 후반 37분 교체 투입됐으나 공격포인트는 올리지 못했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