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북한은 모두 미국의 국익과 국제적 안정에 위협적인 존재다. 그러나 지역적 요인 때문에 이란이 훨씬 더 가까운 장래의 불안정 요인이 될 공산이 크다.
단순히 핵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두 나라의 핵 개발 위협을 처리하려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전략은 본질적으론 동일하다. 부시 행정부는 두 국가에 대해 압도적인 군사력 대신 이들 국가가 핵 개발을 진전시키지 못하도록 정치적, 경제적, 안보적 압력만을 행사할 수 있을 뿐이다.
두 나라의 위험도의 차이는 북한과 이란이 매우 다른 이웃들을 두고 있다는 점에 있다. 이는 위협의 타이밍과 성격 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서는 압력수단이 없지만 중국에 대해서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래서 미 행정부는 중국으로 하여금 평양이 협상에 나서도록 압력을 행사하게 했다. 비록 이런 간접 접근방식들이, 모호한 문구들이 담긴 공동성명을 제외하면 실질적 성과를 내는 데에는 실패해 왔지만 말이다.
단언컨대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원하며 김정일이 없는 상황을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다. 하지만 중국과 한국은 자칫 미국의 위협에 북한이 과도한 반응을 보일까봐 걱정한다. 그래서 중국과 한국은 현상 유지를 강화하려 하고, 미국은 효과적인 지렛대를 갖고 있지 못하다. 시간은 북한 편이다. 그러나 김정일이 핵실험을 강행하지 않는다면 ‘결산 날짜’를 늦출 수는 있을 것이다.
반면 이란의 경우는 이웃 국가들이 불안정한 현상 유지를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매우 긴급하다. 만약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계속한다면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언제까지나 남의 일 보듯 하진 않을 것이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새 이란 대통령은 9월 유엔 총회에서 이란의 핵 개발 권리를 주장하는 연설로 많은 이를 놀라게 했다. 이란 정치인들은 그의 연설이 역풍을 낳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로 이어질까 걱정한다. 이란은 최근 대선 패배자인 하셰미 라프산자니를 정부 감독권을 가진 국정조정위원회 의장으로 기용했다. 하지만 라프산자니도 이란의 강경 입장을 완화하지는 못할 전망이다. 나아가 최근 러시아와 중국이 낸 안보리 회부 반대 성명은 이란을 더욱 대담하게 만들 것이다.
이란이 야기하는 불안은 핵 문제만이 아니다. 아랍 국가들은 정치적 목소리가 커진 이란이 그들의 안보를 위협할까봐 우려하고 있다. 이라크의 상황은 더욱 걱정스럽다. 이라크는 현대 최초로 시아파가 집권한 아랍 국가다. 새 정부가 성립되고 미군이 철수하면 시아파 이란은 이라크를 얻은 ‘승자’로 여겨질 것이다. 아랍 국가들은 바로 이 이란-이라크의 시아파 축이 아랍 국가 내부 시아파 인구의 목소리를 키울 것이라는 두려움을 안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바레인이 특히 불안해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매장지 대부분이 시아파가 지배적인 동부 지역 아래쪽에 있고, 바레인은 수니파 왕가가 지배하는 시아파 다수 국가다. 시아파의 영향력은 주변 국가들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레바논 선거에서는 시아파 헤즈볼라가 정치적 입지를 확보했고, 사우디아라비아 지방선거에서도 시아파가 영향력을 확대했다.
또한 이란은 세계 경제를 흔들 만한 석유와 가스를 갖고 있다. 아마디네자드는 이미 공공연하게 유엔 안보리 회부에 찬성한 국가들에 에너지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해 왔다. 이란이 1년 내에 핵무기를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란은 핵 개발과 중동지역 내 정치적 영향력의 확대를 통해 지정학적 위험을 수출하는 주도국이 돼 가고 있다.
이언 브리머 세계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유라시아그룹 회장
정리=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