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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테이 3집 앨범 발표… “발라드 대표음반 되었으면”

입력 | 2005-11-09 03:10:00

홍진환 기자


-테이 씨, 또 사랑 얘기네요?

“그러게요. 이젠 ‘사랑 얘기’ 졸업할 때도 됐는데. 어쩔 수 없나 봐요…”

가수 테이(22)를 만나자마자 조건반사처럼 사랑 얘기를 꺼냈다. 2003년 말 데뷔곡 ‘사랑은… 향기를 남기고’와 올해 초 발표한 ‘사랑은 하나다’에 이어 16일 발매되는 3집 제목도 ‘사랑에 미치다…’. 벌써 사랑 얘기 3부작이다. 하지만 말줄임표가 자리한 것을 보면 이번에도 결론은 나지 않았나 보다.

“아무리 흔해도 늘 목마른 게 사랑이잖아요. 불같이 타올라도 지키기 어려운 것이 사랑입니다. 지금까지 진짜 사랑은 딱 한 번 해봤는데 그것도 지금 생각해보면 철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전 사랑은 믿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지킬 수 있는 믿음이요.”

7일 오후 만난 테이는 체크무늬 롱 코트를 입고 있었다. 겨울을 서두르는 눈치였다. 그의 모습이 3집의 분위기와 무관해보이지 않은 듯 했다.

“지금까지 불렀던 나긋나긋한 곡 스타일을 버렸어요. 슬프게 울부짖는 곡도 있고 과격하게 토로하는 모습도 담았죠. 전체적으로 차가운 느낌이 많아요.”

테이 스스로 “발라드 계의 타이틀이 되고 싶다”며 자랑하는 이번 3집은 불과 얼음이 맞붙은 느낌이다. 1, 2집의 분위기를 이은 ‘사랑을 한다’나 ‘버릇’ 같은 말랑말랑한 곡도 있지만 이별 후 얼음처럼 차가워지려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얼음인형’이나 록 발라드 곡 ‘홀로서기’, 일본 5인조 록 밴드 ‘안젠지다이(安全地帶)’의 보컬 타마키 코지의 곡을 리메이크한 ‘사랑에 미치다…’에서 그는 건조하고 거친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곡을 이끌어가는 느낌만큼은 따뜻하다. 그는 이번 음반 녹음 내내 이런 역설법과 밀고 당기기를 했다.

“처음으로 욕심을 내고 만든 음반이에요. 1집은 그냥 저도 모르게, 2집은 1집 때 성공 때문에 두려움에 떨면서 만들었는데… 부족한 건 많지만 ‘뒷걸음질 쳤다’는 평만 듣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그의 사랑 얘기는 지금까지 사람들에게 잘 파고 들었다. 1집 ‘더 퍼스트 저니’, 2집 ‘우츄프라카치아’ 모두 10만장 이상의 음반 판매를 기록했다. 어느덧 신승훈-조성모-성시경을 잇는 발라드 가수라는 꼬리표도 붙었다. 늘 그렇듯 인기는 부담으로 변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테이 역시 잘 알고 있었다.

“1, 2집 때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아서 늘 부담스러워요. 앨범 낼 때 마다 징크스가 있을까 조바심도 나고요. 앞으로는 고교 시절에 ‘청산가리’ 밴드에서 노래한 경험을 바탕으로 록 장르도 해보고 싶어요.”

인터뷰 말미에 그에게 인기 비결이 뭐냐는 질문을 던졌다. 분위기 있는 외모, 걸죽한 목소리… 그에게는 나이에 비해 성숙된 모습이 많다. 그러나 그는 아직 20대 초반이다.

-‘애늙은이’ 소리가 억울할 때도 있지 않나요?

“오히려 그걸 즐겨요. 사랑에 대해 노래하는 발라드 가수인데 나이 들어 보이면 더 깊이 있어 보이잖아요. ‘애늙은이’ 소리 이제 익숙해요.”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