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숲으로 들어간 이유는 신중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인생의 본질적인 사실들만을 직면하기 위해서, 그리고 죽음의 순간에 이르렀을 때 제대로 살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월든’은 미국 동부 매사추세츠 주에 있는 작은 호수의 이름이다. 미국의 사상가이자 작가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는 하버드대를 졸업한 뒤 스물여덟 살에 문명과 도시를 박차고 자연과 전원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당시 산업화가 한창이던 미국 도시의 빠르고 복잡한 삶 대신 자연의 느리고 단순한 삶을 선택한 것이다.
1845년 3월 콩코드 숲의 호숫가 근처에 조그만 오두막을 짓기 시작해 같은 해 7월부터 1847년 9월까지 그곳에서 홀로 산 그의 일과는 단순했다. 호수에서 잡은 물고기와 스스로 만든 빵으로 배를 채우며 몸과 마음이 하나 되는 생활을 하는 한편 남는 시간의 대부분은 호숫가를 산책하는 일에 할애했다. 산책의 와중에 떠오른 정갈한 생각과 느낌을 2년간의 일기로 적어 묶은 것이 이 책 ‘월든’이다.
숲 생활의 경제학부터 맺는말까지 모두 18장으로 짜여 있는 ‘월든’의 메시지는 소로의 삶처럼 단순하고 명백하다. 소로는 문명과 도시 속에서의 편리하고 성공적인 삶보다는 자연에서의 소박하고 단순한 삶이 단연 우리를 행복하고 자유롭게 한다고 말한다.
생태학적 환경 속에서의 작은 삶에 답이 있다고 말하는 그의 일기의 몇 대목에 잠시 귀를 기울여보자.
“나는 여러 사람들 틈에 끼어 비로드방석에 앉아 있느니 차라리 호박 하나를 독차지해서 앉고 싶다. 호화 유람열차를 타고 유독한 공기를 마시며 천국에 가느니 차라리 소달구지 타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면서 땅 위를 돌아다니고 싶다.”(제1장 ‘숲 생활의 경제학’)
“빵이 항상 우리를 배부르게 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자연 가운데서 어떤 너그러움을 깨닫는 것은, 그리고 순수하고 영웅적인 기쁨을 함께 나누는 것은 반드시 우리에게 이익이 된다. 더욱이 그것은 우리가 우리의 괴로움의 원인을 모르는 경우에도 우리의 굳은 관절을 풀어 주고 우리로 하여금 유연성과 탄력성을 지니게 한다.”(제7장 ‘콩밭’)
“호수들은 너무 순수하기 때문에 그 가치를 측정할 수 없다. 이들에겐 더러운 것이라고는 전혀 없다. 이 호수들은 우리들의 인생보다 얼마나 더 아름다우며 우리들의 인격보다 얼마나 더 투명한가! 자연은 이들이 살고 있는 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홀로 활짝 피어난다. 자연을 놓아두고 천국을 이야기하다니! 그것은 지구를 모독하는 짓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제9장 ‘호수’)
소로는 갔지만 그는 많은 추종자를 낳았다. 간디와 예이츠, 프루스트에서 환경운동가들까지 그의 책 ‘월든’은 시간의 테스트를 견뎌 내며 오늘날까지 읽히고 있다.
즐거운 금욕주의자 소로의 충고가 지금도 살아 있다는 사실이 어쩐지 슬프게 느껴진다. 우리는 그의 충고를 너무 무시한 채 앞만 보고 달려오고 지금도 달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언제쯤 우리는 ‘월든’을 제대로 읽어 낼 수 있을까?
최영재 경기 성남시 야탑고 교사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