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망졸망한 자식이 셋
그리고 낡은 리어카 한 대가 전부였다
집을 나설 때는 배추가
돌아올 때는 하드를 문 아이들이 타고 있었다
그 아주머니는
연신 침을 묻혔지만
타는 햇빛 아래서
그녀의 입술은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 같았다
어린 자식들이
그녀의 가여운 입술을
영영 기억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로부터 스무 해
남대천 둑방을 따라 저 멀리서
리어카 한 대가 왔다
입술이 없는 한 여인이
곁을 지나갔다
리어카는 비었는데
자식들은 보이지 않았다
-시집 ‘가도 가도 서쪽인 당신’(세계사) 중에서
품안에 자식이라더니 입술 타도록 배추 팔아 거둬먹이던, 올망졸망 감자알 같던 아이들 모두 자라서 거미 새끼 풍기듯 대처로 떠나갔구나. 빈 리어카 가득 차가운 가을바람만 싣고 돌아오는 길 쓸쓸키도 쓸쓸하다. 하나 해마다 남대천 연어가 돌아올 즈음이면, 뿔뿔이 흩어진 자식들 가슴속 핏줄 강에도 왜 물보라 치는 아우성이 없겠는가. 저 아낙 먼 하늘 힐끔 돌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시린 창공에 우표도 안 붙인 편지 한 통 길게 돌아온다. 기럭기럭―
시인 반칠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