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 재건축조합 하청업체 감리업체 공무원 등이 서로 얽힌 이해관계에 따라 금품을 주고받은 대규모 아파트 재건축 비리가 경찰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서울 강서구 화곡주공시범아파트 재건축 비리 의혹을 수사해 온 강서경찰서는 9일 71명을 검거해 이 가운데 10명을 구속하고 61명은 불구속 입건했다며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시공사인 D건설로부터 공사 계약 및 진행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협조를 유도해 주는 대가로 11억 원 상당의 공사 현장 식당운영권을 받는 등 2001년 11월부터 2002년 12월까지 12억70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재건축조합장 심모(68) 씨를 구속했다.
경찰은 또 감리업체와 용역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각각 2500만 원을 받은 서울 마포구 공덕재개발조합의 조합장 김모(50) 씨와 총무 박모(54) 씨도 구속했다.
시공사 직원들이 하청업체에 공사비를 부풀려 지급한 뒤 일부를 되돌려 받아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공사 물량을 많이 주는 대가로 하청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아 온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D건설 상무 정모(51) 씨 등 5명은 1999년 1월부터 2004년 4월까지 공사비를 부풀려 하청업체에 지급한 뒤 일부를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비자금 36억 원을 조성하고 계약 체결 대가로 하청업체로부터 5000만∼1억5000만 원을 받았다.
경찰은 정 씨에 대해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며 나머지 시공사 직원 4명은 이미 구속했다.
경찰은 “D건설이 부당 회계처리로 부가가치세와 법인소득세 100억 원을 탈루한 사실이 확인돼 국세청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감리업체 선정을 대가로 금품을 받은 공무원들의 비리도 드러났다.
전 서울시 국장 길모(61) 씨는 2003년 12월 서울 마포구 상암동 아파트형 공장 건축 과정에서 감리설계 계약을 대가로 업체에서 2000만 원을 받았고, 전 전북도청 건축과 직원 정모(40) 씨는 같은 해 10월 재건축 공사 감리자 선정을 대가로 업체로부터 5000만 원을 받는 등 공무원 9명의 비리가 밝혀졌다.
경찰은 “D건설이 재건축조합과 짜고 공사비를 2600억 원에서 3710억 원으로 부풀린 뒤 나머지 1110억 원을 빼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돼 2000년 경찰과 검찰이 내사한 적이 있다”면서 “이번 수사에서도 이 대목의 혐의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D건설은 “대가성이라고 문제 삼은 계약 변경은 1998∼99년에, 식당 운영업자 선정은 2000년 11월에 이뤄진 사안으로 연관성이 없다”며 “식당운영권과 관련해 예상 이익 11억 원을 범죄 내용으로 확정하는 것도 무리”라고 주장했다.
D건설은 또 현장소장 등이 하도급업체에서 받은 36억 원을 비자금으로 조성했다는 발표에 대해 “회사와는 무관한 개인비리”라고 해명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