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개봉돼 많은 관객의 심금을 울렸던 영화 ‘슬픔은 이제 그만’의 실제 주인공들이 30년 만에 만난다.
9일 광주기독병원에 따르면 1972년부터 3년 간 광주기독병원 정형외과에 근무했던 아드리안 울브링크 박사(64·한국명 우병규)가 1974년 인공 고관절 시술을 해줬던 박재섭(65·경남 창원시) 씨와 17일 병원에서 만난다.
박 씨가 3년 전부터 울브링크 박사를 만나고 싶다고 하자 병원이 미국에 사는 울브링크 박사를 100주년 개원행사에 초청했다.
박 씨는 고관절 이상으로 무릎 관절이 마비되는 ‘백트리우스 지스트’란 희귀병 환자였다.
그의 투병 사실은 당시 전북 진안 조림초등학교 3학년이던 딸 미나(현 43세) 양의 지극한 효성 때문에 세상에 알려졌다. 미나 양은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아버지의 대소변을 받아내고 동생까지 돌봐야 했다.
약값을 구할 길이 없어 덕유산에서 약초를 캐 아버지에게 달여 드리는 미나 양의 사연이 담임교사를 통해 알려지면서 전북지역 초중고교가 대대적인 모금운동을 벌였다.
울브링크 박사는 미나 양의 효성에 감동해 박 씨를 무료로 수술해 주기로 했다.
당시는 인공 고관절을 구하기 힘들어 울브링크 박사가 직접 미국에서 인공 고관절을 갖고 왔다. 평생을 누워 지내야 했던 박 씨는 수술을 받은 뒤 목발에 의지한 채 스스로 걸을 수 있게 됐다.
이 미담은 1978년 강수연, 박근형, 한혜숙 씨가 주연한 ‘슬픔은 이제 그만’이란 영화로 제작돼 개봉됐다.
광주기독병원 송경의(宋京儀) 원장은 “개원 100주년을 맞는 동안 환자와 의사의 숱한 일화가 있지만 이번 만남은 각별한 의미로 다가 온다”면서 “100주년인 올해도 100명을 무료로 수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