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이수일 위원장이 11일 서울 영등포구 전교조 사무실에서 교원평가제 시범실시 반대를 위한 연가투쟁 유보 방침을 밝히면서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원평가제 시범 실시를 둘러싼 교원단체와 교육 당국의 갈등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막판에 연가투쟁을 연기함으로써 일단 위기를 넘겼다.
▽여론 악화에 사실상 백기=전교조가 갑자기 연가투쟁 연기를 결정한 것은 국민의 80%가 지지하는 교원평가제 반대가 학생을 볼모로 한 명분 없는 집단행동이란 비판 여론 때문으로 보인다.
또 23일 실시되는 대학수학능력시험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국가 대사(大事)를 앞두고 집단행동으로 시험에 차질을 빚거나 국가 이미지를 실추시킬 경우 국민의 지탄을 피할 수 없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71.4%는 비교적 높은 찬성률이긴 하지만 교사들이 민감해 하는 교원평가제란 점에서 전폭적인 지지로 보기 어렵고 거꾸로 28.6%가 반대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여기에 정부가 “불법 연가투쟁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경고했고 비공식으로도 이런 의지가 집행부에 전달돼 연가투쟁 강행에 부담을 느꼈다는 것.
하지만 전교조의 연기 결정이 상황 반전을 노린 것이란 분석도 있다. 투쟁 연기를 제시하며 시범실시를 늦추고 교원 증원 등 교육여건 개선을 위한 대폭적인 양보를 촉구하는 수를 썼다는 것이다.
또 온건 집행부가 ‘수능 카드’를 절묘하게 활용해 ‘곧바로 투쟁하자’는 강경파의 압력을 비켜갔다는 것. 그래서 집행부가 후유증에 시달릴 것이란 전망도 있다. ▽교원 시범평가 영향 줄까=전교조는 연가투쟁을 연기하면서 교원평가제 시범 실시 재협상 등 요구조건을 내걸었다.
전교조는 “일선 교사들의 반대 의지가 (투표로) 확인된 만큼 교육부는 시범 실시 방침을 철회하고 재협상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교육부는 17일 “시범학교 선정 등 평가제 시범 시행 일정 등은 재협상의 여지가 없다”고 분명히 했다.
교육부 유영국(柳永國) 학교정책국장은 “결정된 일정을 재협의할 수는 없으며 예정대로 시범학교 선정 등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단체 “연기 아닌 철회를”=인간교육실현 학부모연대 등으로 구성된 ‘합리적인 교원평가 실현을 위한 학부모·시민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고 “학부모와 국민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전교조가 연가투쟁을 철회가 아니라 연기하겠다는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전교조의 투쟁은 국민과 학생, 학부모를 상대로 싸움을 거는 것”이라며 “전교조는 교원평가를 겸허히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홍성철 기자 sung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