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8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1명의 사회복지시설 아동들이 한국과 스웨덴 국가대표팀 축구 경기를 관람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사진 제공 ㈜E1
《“동생도 같이 오고 싶어 했는데 저만 오게 돼 미안하네요. 엄마, 동생과 함께 축구 경기를 볼 수 있는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어요.” 12일 오후 8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과 스웨덴의 친선경기가 시작되자 재잘대던 아이들은 진지하게 경기를 지켜보기 시작했다.》
이들은 서울 시내 사회복지시설에 거주하는 초등학교 3학년∼중학교 3학년 남학생 21명. 모자원에서 아빠 없이 엄마와 살고 있거나, 가정폭력으로부터 보호받기 위해 시설에 머무르는 아이들이다.
경기의 타이틀 스폰서를 맡은 ㈜E1은 평소 스포츠 경기를 보기 힘든 아이들을 위해 1등석 21석을 서울복지재단에 제공했다.
재단은 축구에 관심이 많지만 가정 형편 때문에 경기장에 가지 못한 아이를 이번 행사에 초청했다. 동아일보사와 재단이 함께하는 ‘행복나눔 네트워크’에서 펼치는 ‘객석 나눔’ 행사의 일환이다.
6만여 명의 관중으로 꽉 찬 경기장의 열기에 신이 났는지 경기 내내 아이들은 들떠 있었다. 전반 7분 만에 안정환 선수가 선취골을 터뜨리자 환호성을 질렀다.
김민성(가명·10) 군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선수가 안정환 형인데 직접 골 넣는 걸 보니 더 기쁘다”며 “다음 주에 학교 가면 친구들에게 자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가 2―2로 끝나자 아이들 얼굴에는 아쉬운 기색이 역력했다. 이지호(가명·12) 군은 “박지성 형이 멋지게 한 골 넣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며 “경기장에서 직접 응원하면서 축구를 보는 것이 이렇게 재밌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E1은 16일 열릴 세르비아몬테네그로와의 경기에도 1등석 21석을 제공하기로 했다. 또 내년 9월까지 스폰서를 맡는 모든 경기에 홀로 남은 아이들을 위해서 100석씩을 제공할 예정이다.
서울복지재단 박미석(朴美碩) 대표는 “평생 스포츠 경기, 음악회, 연극을 보지 못한 소외 계층이 우리 주변에 아직도 많다”며 “이들에게 작은 행복과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객석 나눔’이 더욱 활발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객석 나눔 캠페인에 참가를 원하면 재단(02-738-3181)으로 문의하거나 홈페이지(www.welfare.seoul.kr)를 참고하면 된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