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장을 주민이 직접 선출한 지 10년이 지났다. 동시에 지방분권작업도 꾸준히 지속돼 왔다. 분권화는 중앙정부 기능을 가능한 한 지방정부로 넘기고, 정부의 기능 중에서 불가피한 것을 제외하고는 민간에게 이양, 민간과 지방의 활력을 통해 선진적인 국가모델을 실현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중앙과 지방정부의 규모는 줄어야 하고 민간의 역할과 활력은 커져야 한다. 즉, 분권의 가시적 성과는 효율적인 작은 정부의 모습으로 나타나야 하는 것이다.
지방자치가 실시된 이래로 중앙정부는 지방분권을 소리 높이 외쳐 왔으나 결과는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가장 뚜렷하게 체감할 수 있는 지표가 공무원 수다. 적지 않은 중앙정부 기능들이 지방정부로 이양됐음에도 불구하고 1995년 55만8489명이던 국가공무원이 2004년 58만9148명으로 3만659명 증가했다. 반면에 지방정부는 업무가 상당히 늘어났음에도 공무원 수는 같은 기간에 33만1273명에서 32만7117명으로 오히려 4156명 감소했다.
이와는 달리 공무원 수는 줄이면서도 주민만족도를 높이는 지방정부도 있다. 서울 강남구와 경남 진주시, 전북 남원시 등이 대표적 사례다. 진주시와 남원시는 정원이 보장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각 114명, 90명씩 공무원 수를 적게 운용해 인력감축에 따른 교부금으로 각각 50억 원과 32억 원을 지원받기도 했다. 강남구는 지방자치 이후 업무와 민원 수요는 급증했으나 공무원 수는 1995년 2041명에서 1386명으로 655명이 오히려 줄었다. 전산화를 통해 업무효율을 높이고 청사 관리, 노점상 단속, 법무 업무, 도서관 관리 등을 민간에 이양하는 등의 노력을 한 결과다. 외부적인 강제도 없었고, 공무원 사기를 저하시키는 강제퇴직 방식도 아니었다. 자연감소와 신규채용 억제를 통한 점진적인 감축이었다는 점에서도 주목을 끈다.
분권과 사무관리의 효율화에 의한 성과가 지방정부로부터 나타나고 있음은 지방발전이 국가발전을 선도할 가능성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이제 중앙정부도 잘하는 지방정부를 본받아야 한다. 진정으로 분권을 하겠다면 중앙공무원 수부터 줄여야 한다.
이기우 인하대 교수 사회교육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