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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노소 한마음…APEC 숨은 일꾼 자원 봉사자들

입력 | 2005-11-16 03:02:00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정성껏 맡은 역할을 다하는 ‘숨은 일꾼’이 있어 부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더욱 빛난다.

APEC의 성공을 위해 발 벗고 나선 공식 자원봉사자는 4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뽑힌 955명. 이들 중에는 70대 할아버지에서부터 10대 소녀, 장애인, 외국인 등 이색 자원봉사자가 많다.

최고령 자원봉사자는 1928년 1월 6일생인 강명수(姜明秀·77) 씨. 그는 현재 1차 정상회의장인 해운대구 우동 벡스코 근처 주차장 관리요원으로 하루 10시간 가까이 봉사하고 있다.

강 씨는 “유사 이래 한국에서 이렇게 큰 행사가 없었는데 비록 나이가 들었지만 코리아를 위해 봉사할 기회가 생겨 행복하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강 씨보다 생일이 일주일 늦어 최고령을 뺏긴 이원호(李元浩·77) 씨는 부산진구 부전동 롯데호텔 숙박팀에서 일어와 영어 통역 일을 맡고 있다.

부산 기장고 3학년인 최은희(崔恩喜·18) 양은 최연소 자원봉사자. 현재 H, Y대 등 2곳의 대학에 수시합격을 해 놓고 ‘부산 알리기’에 발 벗고 나섰다. 경호보조팀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는 맡은 일이 극도의 보안을 요구하는 일이라 친구들에게도 말을 아낀다. 어릴 때 뇌성마비를 앓아 걸음걸이가 불편한 유정욱(柳正旭·22·영산대 영문과 4년) 씨는 부산시청 APEC 준비상황실에서 자원봉사자들의 현장배치와 안내사항 등을 총괄하고 있다. 유 씨는 “자원봉사를 하는데 신체 장애는 아무런 걸림돌이 못 된다”며 “다른 사람을 도와줄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청각장애인인 변은정(卞恩貞·22) 씨는 벡스코 등록부에서 외국인 참가자들의 등록을 도와주느라 하루가 짧다.

한국에 유학 온 중국인 왕환(王歡·23·부경대 신문방송학과 석사과정) 씨는 외국인의 입장에서 ‘부산 홍보’에 열심이다. 정상들이 묵는 해운대 모 호텔 숙박팀에서 통역으로 봉사하는 그는 “아름다운 부산을 외국인들에게 자랑할 때마다 자부심을 느낀다”며 자랑스러워했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