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기와 사랑에 빠졌어요”격투기가 너무 좋아 선수와 라운드 걸의 길을 동시에 걷고 있는 이수연 씨. 그는 “격투기야말로 자신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사진 제공 이수연 씨
“격투기도 자신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방법입니다. 멋진 자세나 동작을 통해서요.”
격투는 아름다운 것인가. 몸과 몸이 부딪치는 격렬한 순간, 근육은 팽팽하게 당겨지고 육체에선 힘이 솟는다. 역동적으로, 때론 유연하게 몸의 조화를 이루어가는 격투의 순간에는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다고 여성 격투기 선수 이수연(22) 씨는 믿는다. 그는 프로레슬링과 브라질 유술(주지쓰) 및 타격기술을 배워 종합격투기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총 7전 3승 4패. 올해 5월 국내 최초 여자 종합격투기대회인 코리아스맥걸대회에서 우승했다.
최근 열린 K-1 서울대회에서는 공개모집을 통해 라운드 걸로도 활동했다. “격투기계의 식구로서 격투기와 관련된 다양한 일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는 20일 경기 수원시에서 열리는 스피릿MC 아마추어대회에 출전한다. 국내 여자격투기 선수는 20여 명에 불과해 대회가 적은 편이다. 경기 감각을 둔하게 하지 않기 위해 기회가 되는 대로 아마추어대회에도 나간다. 173cm, 52kg인 그는 경기 화성시 자이언트체육관에서 훈련하고 있다. 자신보다 20kg 이상 무거운 남자 관원들과 대련해서 이길 때도 있다고 한다. “여자가 격투기를 왜 하느냐고요? 그건 사랑에 빠진 여자에게 왜 그 남자를 사랑하느냐고 묻는 것과 같아요.” 하지만 구체적으로 격투기의 장점을 묻자 “온 몸의 근육을 다양하게 쓰고 스태미나를 길러 준다”고 설명했다.
“주변에서 선수보다는 여자라는 시각으로 저를 볼 때가 힘이 듭니다.” 그는 격투기는 남자만 하는 게 아니고 사람이 하는 것이며 체급만 비슷하다면 여자가 남자를 이기지 말라는 법도 없다고 했다. 종합격투기의 초기 여성 진출자로서 그는 사회적 선입견과도 격투를 벌이고 있는 셈이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