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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긁고 후회하는 분 ‘클린카드’ 써보세요

입력 | 2005-11-16 03:03:00


《# 사례 1

“혹시 내가 갖고 있는 법인카드가 유흥업소에서는 결제 안 되게 하는 방법은 없어요? 사유가 불분명한 유흥비 지출이라는 지적이 있어 아예 유흥업소에서는 안 쓰려고요.”(공기업 직원)

“그럼, 클린카드를 쓰세요. 유흥업소 골프장 등 특정업종 가맹점에서는 쓸 수 없어요.”(카드회사 직원)

# 사례 2

“오늘 내가 쏜다.”

대기업에 다니는 조모(37) 과장은 술에 취하면 술값을 내는 버릇이 있다. 얼마 전에도 회사 동료들과 유흥주점에 갔다가 카드로 50여만 원을 결제한 사실이 들통 나 부인에게 혼이 났다.

‘쏜’ 다음 날이면 후회하던 조 과장도 클린카드를 신청했다.》

○ 클린카드 사용 기업 7000곳 넘어

클린카드를 발급받는 공기업과 관공서, 군부대가 크게 늘었다. 국가청렴위원회가 지난해 말 공기업 분야 제도 개선의 하나로 클린카드 도입을 권고한 데 따른 것이다.

15일 비씨카드에 따르면 클린카드 신청 기업(관공서 포함)은 올해 1분기(1∼3월) 396곳, 2분기(4∼6월) 1484곳, 3분기(7∼9월) 5275곳으로 급증 추세다.

클린카드는 상품 명칭이 아니라 결제시스템을 말한다. 삼성, LG, KB, 외환카드 등도 법인 클린카드를 발급한다.

신용카드회사 관계자는 “공기업이나 관공서들이 감사원 지적을 받은 뒤 점차 알아서 미리 가입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개인도 결제가 안 되는 업종이나 시간 등을 정해 클린카드를 신청할 수 있다.

개인회원 클린카드 서비스는 LG, KB, 비씨카드가 제공한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개인회원은 현재 카드회사별로 500∼700명 수준. 아직 많지 않지만 증가세다. 대학생 아들이 유흥주점에서 카드를 많이 쓴다면 클린카드를 신청해봄 직하다.

○ 사회 투명화 과정의 산물

카드회사는 클린카드를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는다. 기업이든 개인회원이든 카드를 많이 사용할수록 이득이기 때문.

한 카드회사 관계자는 “클린카드는 꼭 필요한 회원을 위해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준비해 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카드가 불편할 때도 있어 개인회원들은 적극적으로 신청하지는 않는 편이라는 게 카드회사들의 설명이다.

클린카드는 불필요한 과다 지출에 대한 외형적인 억제 수단이기 때문에 국민 의식이 바뀌면 사라질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여신전문금융협회 이보우(李保雨) 수석연구위원은 “법인 클린카드는 선진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한국적 서비스”라며 “사회가 맑아지는 과정에서 생긴 부산물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