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묵은 낡은 문서 하나가 미국 연방대법관 지명에 새로운 장애물로 등장하면서 인준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해리엇 마이어스 연방대법관 내정자의 지명 철회 이후 새로 지명된 새뮤얼 알리토 연방 항소법원 판사가 1985년 각종 이슈에 대한 자신의 보수적 소신과 입장을 밝힌 문서가 14일 공개됐기 때문이다.
▽새로운 문서 내용=로널드 레이건과 조지 부시 전 대통령 기념도서관에서 발견된 문서는 당시 법무부에 근무하던 알리토 내정자가 법무부 부차관보직에 지원하면서 제출한 서류였다.
그는 문서에서 “나는 개인적으로 미국 헌법이 낙태의 권리를 보호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확신하고 있다”고 낙태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항상 보수주의자였다고 밝힌 그는 “(소수민족 보호 등의 이유로)인종별 할당제가 허용되지 않아야 하며 최근 대법원 재판 과정에서 정부가 헌법이 낙태의 권리를 보호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바 있는데 이 재판에 (내가)기여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반발과 논란=문서가 공개되자 상원 인준을 반대해 온 진보 진영은 그가 대법관이 되면 대법원을 보수화할 결정적인 증거라며 반발하고 있다.
‘미국의 길을 위한 사람들’의 랠프 니스 대표는 “알리토 내정자의 사법 기록과 함께 이 문서는 그가 사생활과 동등한 기회, 종교적 자유를 보호하는 수십 년에 걸친 판례를 후퇴시키기 위해 투표할 것이라는 우려를 뒷받침한다”고 주장했다.
진보 진영은 상원 법사위원들의 출신 주에서 인준 반대 TV 광고를 내보내기 위해 수백만 달러를 쓸 예정이다.
알리토 내정자는 최근 상원의원들과의 개별 접촉에서 낙태 권리를 합법화한 1973년 대법원 판례를 존중한다며 인준에 동의해 줄 것을 요청했다.
▽대법관 인준 왜 논란인가=미국에서는 성경 해석을 놓고 진보와 보수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대법관 인준 때마다 낙태가 가장 핵심적인 논란의 대상이 되는 이유다.
낙태뿐 아니라 동성결혼, 개인의 사생활,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권한, 소수민족과 약자의 권리 보호 등이 주요 쟁점에 포함된다.
대법원이 최고 사법기관으로서 국가 중대사안을 결정짓는 위치에 있고 연방정부나 주정부의 행위가 헌법에 위배되는지를 해석하는 권한을 갖고 있어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국가가 지향하는 가치와 삶의 방식이 결정적으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방대법관은 종신직이어서 누가 대법관이 되느냐에 따라 그 영향이 오랜 세월에 걸쳐 미친다는 점도 대법관 인준 때마다 논란이 빚어지는 이유로 꼽힌다.
워싱턴=권순택 특파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