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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책임론’ 가능할까

입력 | 2005-11-17 11:48:00


“대통령은 국가정보원장을 1주일에 한 번 이상 본다.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국정원장의 보고를 받으면서) ‘사람들이 이렇게 얘기 하는구나’ 하고 생각했을 것이다.”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은 16일 국정원의 도청사건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 발언은 전직 대통령의 경험담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국민의 정부 시절 국정원장이 매주 DJ를 독대해 주례 보고를 하는 과정에서 도청을 통해 수집한 민감한 내용이 담긴 정보를 보고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은성(金銀星·구속 기소) 전 국정원 2차장은 14일 첫 공판에서 “2000년 6월 최규선(崔圭善) 씨가 권노갑(權魯甲) 전 민주당 최고위원의 보좌관으로 호가호위를 한다는 ‘별보(別報)’를 작성했으며 이를 임 전 원장이 DJ에게 보고한 사실이 있다”고 증언했다. ‘별보’는 특별보고 또는 별도보고의 약자로 보인다.

DJ가 국정원의 도청 사실 또는 자신이 보고받은 정보가 도청을 통해 얻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명시적으로 알지는 못했어도 ‘미필적(未必的)’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은 있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국정원이 정보의 출처까지 보고하는 일은 드물지만 정보의 성격상 통화 내용이라는 추측은 가능했을 것이란 논리다.

국정원의 한 전직 간부는 “실제로 정보기관은 대통령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대통령이 관심을 나타내지 않는다면 국정원이 도청까지 해 가며 고급 첩보를 수집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 간부는 “김영삼 정부 시절에는 대통령에게 올라가는 보고를 ‘특상보고서’라고 불렀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속된 임동원 신건 전 국정원장에 대한 수사에서 DJ가 도청 사실을 알았거나 도청 정보를 보고받았다는 정황 및 증거가 분명히 드러나지는 않았다. 검찰은 두 전직 원장과 DJ 사이에 분명한 선을 긋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의 수사가 DJ의 도청 인지 여부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은 별로 없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DJ의 도청 책임론’은 역사의 미스터리로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