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오페라 ‘손탁호텔’을 연습 중인 미스 손탁 역의 소프라노 권성순(오른쪽 끝)과 주역가수들. 김미옥 기자
국운이 바람 앞의 등불 같던 구한말. 열강들의 각축 속에 자주독립과 개화를 꿈꾸었던 젊은 지성인들의 애국심과 갈등을 그린 희곡 ‘손탁호텔’이 창작오페라로 탈바꿈해 무대에 올려진다. 23, 24일 오후 7시 반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25일 오후 7시 반과 26일 오후 4시에는 서울 중구 정동 이화여고 백주년 기념관에서 공연된다.
원로 극작가 차범석 원작의 ‘손탁호텔’은 총 5막 6장으로 구성된 희곡으로 1976년 6월 이해랑 씨가 연출해 국립극장에서 연극으로 초연됐다. 독일 국적의 미스 손탁이 정동에서 운영했던 손탁호텔이 배경이며 독립신문을 창간한 서재필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미스 손탁과 서재필의 운명적 만남과 사랑 이야기도 펼쳐진다.
미스 손탁은 32세 때인 1885년 10월 초대 주한 러시아 공사 베베르와 함께 서울에 도착해 1909년 9월 모국 프랑스로 돌아갈 때까지 25년간 사교계의 꽃으로 활약했다. 그녀는 베베르 공사 부부의 추천으로 궁궐에 들어가 양식조리와 외빈 접대를 담당하였고, 명성황후의 신임을 얻어 정계의 배후에서 활약했다. 그녀가 고종으로부터 정동에 있던 왕실 소유의 가옥을 하사받아 지은 손탁호텔은 미국을 주축으로 결성된 정동구락부의 회합 장소로 사용됐을 정도로 구한말 서구 열강의 외교 각축장이었다.
‘손탁호텔’은 2년여의 제작 기간을 거쳐 이번에 오페라로 처음 선보이게 됐다. 원작자인 차범석 씨가 오페라 대본을 썼고 이영조 씨가 작곡을, 표재순 씨가 연출을 맡았다. 5막 6장의 원작은 1시간 반 분량의 단막 오페라로 재구성됐다.
이 오페라를 기획한 ‘삶과 꿈 싱어즈’의 신갑순 대표는 “구한말의 역사적 상황에 지금 우리의 현실을 비춰 볼 수 있도록 작품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지휘는 박태영. 2만∼10만 원(국립극장), 1만∼5만 원(이화여고). 02-318-1726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